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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자의 탈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불로소득·은폐소득 등으로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소득세·증여세 등 각종 세금을 포탈해온 각종 고액탈세자들이 국세청에 의해 적발되었다. 「깨끗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새 시대의 사회분위기에 비추어 이들을 응징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고소득자의 탈세유형은 투기, 임대소득을 탈세한 경우, 기타 음성소득으로 호화생활을 해온 탈세자, 거액의 재산을 첩자 명의로 분산시켜 증여세를 탈세한 경우 등으로 대별되는데 말하자면 돈으로 사회에 해독을 끼치고 사회분위기를 흐려놓은 대표적인 사례들로 볼 수 있다.
정당한 기업활동은 적극 권장되고 그에 따른 정당한 수입은 보장되는 것이 자유경제체제의 장점이며 미덕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득에 대해서는 법이 정한대로 응분의 세금을 내야하는 것은 국민의 도리다.
따라서 이번 국세청에 의해 적발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그들의 호화로운 생활보다 그들의 거액의 세금을 포탈했다는데 모아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납세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와 함께 국민의 신성한 3대 의무가운에 하나인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식솔을 거느린 가난한 가정에서도 세금만은 꼬박꼬박 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현행세법상 면세점은 5인 가족을 기준해서 15만5천원이며 은행예금이자에도 5%의 원천과세를 한다.
월수 2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쟁이들이 꼬박꼬박 내는 세금을 그보다 몇 10배나 되는 음성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내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형평의 원리에도 어긋나며 윤리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임은 자명하다.
아직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그만한 치부를 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한때 「붐」을 이루었던 부동산투기 등을 통해 번 돈을 법의 눈을 교묘히 피한 탈세행위로 재산을 유지하고 늘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지도적인 입장에 설수록 모든 행동거지가 신중하고 일반국민의 모범이 될만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불로소득으로 편안히 살아가는 이들이 탈세행위를 비롯해서 일반국민과의 위화감·괴리감을 심화시키고 있음은 실로 한심하고 개탄할 일이다. 그 동안 국민의 소득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형편은 아직 어렵다. 많은 국민들이 땀흘려 열심히 일하며 근검과 절약의 생활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데 한편에선 놀면서 호사로운 생활을 하며 탈세행위나 저지르는 부류가 있다는 것은 국민화합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고도성장정책의 부산물이기도 한 『나 하나만 잘 살면 된다』는 염치없는 이기심이나 돈이면 무엇이건 할 수 있다는 폐풍은 이젠 우리의 의식에서 씻어내야 할 때가 되었고 또 그것은 인간적인 품위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잘 사는 사람, 지도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노력한 만큼 응분의 대가를 받고 고루 잘 사는 정의로운 사회의 구현이란 시대적 당위에 비추어서만이 아니고 사회 상층부의 전도된 가치관을 올바로 정립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도 이번과 같은 조치는 시의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사회일수록 요령보다는 성실이, 이기보다는 정직을 존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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