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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체원정대 "죽을만큼 힘들었어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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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힘들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힘든 시련과 역경이 많이 찾아오겠지만 잘 이겨낼수 있을 것 같아요”.

‘2014로체 청소년 원정대’ 에 참여해 지난 29일 인도 희말라야 스톡강그리(6100m) 정상에 오른 김해린(18ㆍ대원외고 3년)양의 검게 탄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함께 등정에 성공한 김범수(정읍호남고 1년)군 또한 밝은 표정이었다.

1. “마음을 위대한 일로 이끄는 것은 오직 열정, 위대한 열정뿐이다.”(드니 디드로)
-Only passions, great passions, can elevate the soul to great things. (Denis Diderot)

만 14~19세의 중ㆍ고등학생 9명과 서포터, 의료ㆍ촬영팀을 포함해 총 14명으로 구성된 ‘2014 로체청소년원정대’(원정대장 이충직)는 지난 21일 한국을 떠나 인도 히말라야 스톡캉그리(6100m) 등정길에 나섰다. 한국을 떠난 지 9일 만인 29일 새벽 6시. 베이스캠프(해발 5000m)에는 아직 어둠이 물러가지 않았다. 등산화를 고쳐메고, 스틱을 챙기는 과정에서 필요한 말 이상이 들리지않았다. 하지만 대원들의 표정엔 모두 열정이 있었다. “출발”이라는 차진철 탐사대장을 따라 김해린ㆍ김범수 대원들은 줄을 지었다. 먼 등정길을 나선 젊은이들은 그렇게 마음이 이끄는대로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2.“이 세상에 위대한 사람은 없다.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 일어나 맞서는 위대한 도전이 있을 뿐이다.” (윌리엄 프레데릭 홀시)
-There are no great people in this world, only great challenges which ordinary people rise to meet.(William Frederick Halsey, Jr.)

북인도 라다크 지역의 히말라야 산맥의 스톡 산줄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6000m 등반을 꿈꾸는 이들에게 스톡캉그리는 실현가능한 도전이다. 하지만 신체건강하고 고소적응에 문제가 없다면 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오르겠다는 도전정신이 없다면 동네 뒷산도 오르지 못한다.
출발과 함께 시작된 초반의 등정길은 어려움이 없었다. 숨막히는 등잔길이기 보다는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할 여유도 있었다.

3. “세상의 중요한 업적 중 대부분은 희망이 보이지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 사람들이 이룬 것이다.” (데일 카네기)
-Most of the important things in the world have been accomplished by people who have kept on trying when there seemed to be no hope at all.(Dale Carnegie)

순탄한 등정길을 이어가던 원정대는 정상을 400m 남기고 고비를 맞았다. 대부분의 대원들은 고산지대에서 산소가 부족해 생기는 고소증세를 호소했다. 고소증에 걸린 대원들은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 듯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한걸음 옮기는 것조차 버거웠다. 등정 예정시각인 오후 1시는 어느새 훌쩍 넘겨버렸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도 1시간 넘게 벌어졌다.

김해린양은 당시 상황에 대해 “몸이 무너지는 것 처럼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머리가 터질 듯 아프고 숨 쉬기도 너무 힘들었었요. ‘여기서 어떻게 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라고 말했다.

이충직 원정대장은 의료진과 함께 대원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지난 2월부터 전국 산을 오르며 체력훈련을 했고, 현지에서 차근차근 고소적응훈련을 하며 올라온 대원들이지만 안전이 우선이었다.

이 대장은 지친 대원들을 향해 “이 산은 우리가 인생을 살며 넘어야 하는 많은 산들 중 아주 작은 산에 불과하다”며 독려했다.
10대 청소년들은 그렇게 도전을 이어갔다.

4.“도전을 받아들려라! 그러면 승리의 쾌감을 맛볼지도 모른다.” (조지 S.패튼)
-Accept challenges, so that you may feel the exhilaration of victory. (George S. Patton)

극한 상황에서도 대원들의 동료애는 더욱 빛났다. 낯선 음식으로 힘들어 하거나 고소증으로 쓰러진 대원들의 짐을 나눠 운반하고 서로를 부축하며 ‘모두가 함께 하는 등정만이 의미가 있다’는 서로의 약속을 지키려고 애썼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한 걸음 한걸음 내디뎠다.
경사길이 끝나니 스톡 캉그리 봉우리 바로 아래에 도착했다.
아래쪽은 숨막히는 장관이었다.
봉우리에서 휘날리는 기도문 깃발(prayer flags)이 보였다. 이제 200m를 더 걸으면 정상이다. 길은 좁지만 가파르진 않았다.

100m,50m, 20m,10m
김해린ㆍ김범수 두 명의 대원은 마침내 오후 3시쯤 히말라야 스톡캉그리 정상에 올라섰다. 지난 6개월에 걸친 고된 산악훈련과 원정대의 도전ㆍ상생ㆍ인내의 정신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낯선 환경에서 고소증세와 싸워가며 극한의 상황을 이겨낸 9명의 어린 대원은 어느새 그들이 오른 산 높이 만큼이나 훌쩍 커버렸다. 원정대는 하산길에 ‘한-인도 청소년 국제문화교류, 세계문화유산 견학’ 등의 일정을 마친 뒤 지난 1일 귀국했다.

‘로체청소년원정대’는 대자연 속에서 청소년들이 도전 정신과 자신감을 키워 미래의 창의적인 인재로 거듭 날 수 있도록 2006년부터 9년째 한국글로벌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글 조문규·변선구 기자,영상편집 최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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