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행세하며 히로뽕 밀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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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3월「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히로뽕」밀매조직 두목 이황순의 스승격인 심상호(51)가 18일 경찰에 검거됐다.
실은 이황순의「히로뿅」도 심이 대부분 제조한 것이었다.
심은 특히 73년6월29일 서울형사지법에서 습관성의약품관리법 위반 죄로 징역2년에 집행유예 4년의 선고를 받고 풀러나 그동안「히로뽕」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실은비밀공장을 차려놓고 최근까지「히로뽕」을 밀조하고 있었다니 충격 적이다.
심의 검거당시 비밀공장에는 작업을 하다만 「히로뽕」완제품 8.6kg·반제품 12L·염산 32.5kg·「크로르호른」25kg·교반기 등 제조기구 42점이 널려있어 증거물로 압수됐다.
심이 검거됨으로써 7O년대「히로뽕」거물급은 거의 타진된 셈이 됐고, 특히 심은 제조기술의 1인자로 알려져 현존하는「히로뽕」원조가 잡힌 셈이 됐다.
심이 74년부터 제조한「히로뽕」은 지금까지 모두 2백96.6kg(싯가2백96억 원)으로 이황순의 1백63kg을 넘어 국내 최고기록이다.
심은「히로뽕」을 제조해 그 동안 이황순·오봉서·김덕준·김병묵 등 국내거물급「히로뽕」제조 판매책에게 넘기고 이들로부터 4억 여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이 「히로뽕」에 손을 댄 것은 73년.
고향친구인 김덕전의 소개로 당시 부산시렴주동 문영창의 집에서 (전남거주)문이 제조하는 과정을 보고 이를 익혀「히로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심은 이때부터 이황순 등 거물급 「히로뽕」밀매 단들과 관련을 맷고 이들의 부탁을 받아「히로뽕」을 제조하고 돈을 받아왔다.
77년1월 부산시민악동 이석순의 집에서 「히로뽕」50kg을 제조해주고 1천만 원을 받는 등 특별한 개인조직은 없이「히로뽕」제조자들의「아지트」를 왕래하면서 제조에 전념해 왔다.
심은 지난2월 최재도와 김병묵의 검거당시 관련혐의로 검거될 뻔하기도 했었다.

<히로뽕 제조>
심은 74년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이해3월 김덕전과 공모, 부산시남구대연동 김의 집에서 6kg을 만들어 주고 40만원을 받았다.
심은 2차 8월 동래구두직동 김동원 (별명 차이나)의 부탁을 받고 김의 집에서 2Okg을 제조했다.
76년9월에는 부산시남구남천동 이황순의 집에서 이에게 30kg을 제조해주고 6백만 원을 받았다.
77년에는 부산시민악동으로 옮긴 이황순의 집에서 50kg을 제조해주고 1천만 원을 받았다.
심은 일정한 조직없이「히로뽕」판매책인 이황순·김동원 등이 부탁할 때마다 「히로뽕」을 만들어 주었다. 심은 또 이들에게「히로뽕」제조기술도 가르쳐주어 이들이 결국「히로뽕」을 스스로 제조할 수 있게 했다.
심이 본격적으로 비밀공장을 차린 것은 78년11월 수배 중인 박세현과 공모, 진주시가좌동2통4반에 건평20평짜리 「슬레이트」집을 사서 비밀공장을 차리면서부터다.
심은 이 공장에서 지난 6월 수배중인 최은호와 함께 「히로뽕」13kg을 만들었고 8월15일 17kg을 만들어주고 2천5백 만원을 받았다.
심은 8월15일「히로뽕」을 만들고 남은 원료인 염산 「에페트린」15kg으로 「히로뽕」완제품 8.6kg을 만들다가 붙잡혔다.
심은 제조기술이 뛰어나 원료의 70%로 완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어 「히로뽕」판매책들이 심과함께 일하려고 했다.

<진주공장>
대량의 「히로뽕」을 밀조해온 경남진주시 가호동30의6 심상호의 집에 차려놓은 비밀공장은 대지73평에 건평15평의 단층 건물로 방2칸과 부엌2칸의 구조. 외부에서 얼핏 보아 허술한 가정집이나 2중창에 마루에는 커다란 「카세트」녹음기가 있는 것이 특징.
심은 이 집의 큰방과 이방에 말린 5평 크기의 부엌에 건조기와「모터」시설을 차려두고 「히로뽕」을 만들어 왔다.
19일 심의 집에는 건조기 등은 수사관이 이미 가져가 대형유리「컵」과 주사기·소형「모터」만 남아있었다. 이웃주민들에 따르면 심은 지난1월 이 집을 6백50만 원에 사들여 『몸이 아파서 휴양한다』며 마당에 꽃나무와 묘목을 심어놓고 마을주민들과 일체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내왔다. 주민들은 3일 정도에 한번씩 밤중에 심의 집에 불이 켜져 있고 녹음기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왔다고 말해「히로뽕」을 제조할 때마다 「모터」소리를 숨기기 위해 2중문에「카세트」녹음기를 크게 틀어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심은 지난 6년 동안 장소를 옮겨가며 「히로뽕」을 제조해 온 것이 확인됐다.

<심의 주변>
심은 1·4후퇴당시 고향인 평남진남포시에서 월남해 62년현재 부인과 결혼, 1남3녀를 두고 잡화상을 경영하며 살다 74년부터 「히로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자신이 밝힌 재산만도 진주시수정동30의6 집1채(2천만 원)·전답 7천 평(4천5백만 원)·3층 「빌딩」이 1채 (1억9천만 원)·부산온천동 집1채(3천5백만 원)·진주시봉래동 집1채 (5백만 원)등 3억 원 상당의 재산과 자가용 승용차 1대를 굴리며 호화스런 생활을 했다.
심은 이밖에 자기신분을 감추기 위해 진주시수정동새마을금고 이사장, 수정동선관위원, 수정동개발위원, 진주경찰서자문위원 등 8개의 사회직함을 갖고 유지행세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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