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회담 성사까지] 파월 2월 訪中 중국 참여시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미.중 3자 회담이 이뤄지기까지 한반도 주변국 사이에 숨가쁜 외교 게임이 펼쳐졌다.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전 개전을 전후로 미.중-북.중-북.미 간에 연쇄 접촉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북.미 양자 회담과 한국 배제를 고집하던 북한은 중국의 북.미.중 3자회담 절충안을 수용했고, 한국은 미.중 양국이 이 절충안 수용 여부를 타진하자 받아들였다. 한국은 대화 참가라는 형식보다 북핵의 조기 해결 쪽에 무게를 두었고, 북한도 북.미 양자회담의 기존 입장을 접었다.

회담 성사과정에선 지난해 1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직후부터 북핵 해결의 중재역으로 전면에 나섰던 러시아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북.미 간 징검다리역을 맡고자 노력하던 일본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번 예비회담의 첫 논의는 지난 2월 24일 있었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때 이뤄졌다. 당시 미.중간 협의는 미국의 다자해결 원칙과 중국의 북.미 양자해결 입장이 맞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3월 7일 미국은 "북.미 양자 해결은 절대 안된다"고 중국을 재차 설득했고, 다음날 중국은 첸치천(錢其琛)부총리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머물고 있던 삼지연 비상집무실로 급파했다.

외교소식통은 "이틀 동안 진행된 이 면담에서 사실상 다자해결의 구도가 확정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의 설득으로 북.미 양자 회담 원칙에서 물러섰다는 것이다.

북.중간 절충 결과는 북.미간 실무접촉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잭 프리처드 대북 교섭담당 대사와 한성렬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간 접촉이 이뤄졌다. 미국이 우리측에 북.중.미 3자회담 수용 여부를 타진한 워싱턴의 한.미 외무장관 회담 직후다.

북.미 양측은 이어 지난 8일과 10일께 베이징(北京)에서 연쇄 접촉을 했다. 중국의 주선으로 이뤄진 참사관급 접촉에서 사실상 이번 3자 회담 일정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12일 다자대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10일 북한의 NPT 탈퇴가 발효했는 데도 당시 소집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 압박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외교적 해결 노력이 무르익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영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