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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블록」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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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구의 곳곳에선 요즘 심상치 않은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이상기상현상은 벌써 오래 전부터 보고 있는 일이지만 올해의 경우는 그 규모나 이상의 정도가 그야말로 이상하다.
미국에서는 벌써 혹서 사망자가 1천명을 넘었다. 「텍사스」주에선 모든 주민들에게 부채를 나누어주는 진풍경을 빚었다.
그러나 상황은 부채나 펄럭이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은 것 같다. 미국 중서부에서 남부의 「텍사스」에 걸치는 가뭄과 혹서현상은 지금 당장 비가 쏟아진다고 해도 향후 3년 안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그 피해가 엄청나다고 한다.
「존·스타인벡」의 명작 『분노의 포도』를 보면 1930년대에도 「오클라호마」주에 큰 가뭄이 들었던가 보다. 「텍사스」주와 바로 이웃한 곳이다.
모든 경작지는 황폐하고, 모래바람이 불어 사람들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수10만의 사람들은 굶주림에 못 견뎌 서쪽으로 향하는 66번「하이웨이」로 쏟아져 나왔다. 거지들의 행렬이었다.
오늘의 상황은 그때와는 다르지만 「노드다코타」주 하나만의 경우도 농산물의 피해가 2억8천만「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요즘 12대의 비행기 편대가 인공강우를 위해 화학물질을 뿌렸지만 하늘은 카랑카랑 구름 한점 오가지 않았다. 「아칸소」주에선 2백20만 마리의 닭이 죽었다. 마치 전기담요를 깔아놓은 듯한 지면의 열기에 쓰러지고 만 것이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하수위의 저하로 그것마저 쓸모없이 되어 버렸다.
미국만이 아니다. 요즘 북경발 외신은 백년만의 가뭄을 보도하고 있다. 북경지역의 강우량은 예년의 1할인 13「밀리」. 농작물은 고사하고 식수마저 곤란하다고 한다.
이상한 일이다. 이와는 달리 「유럽」은 별세상인 모양이다. 아침저녁으로 사뭇 추위를 느낄 정도로 선선해 털옷을 걸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천기다.
기상학자들 중엔 「오메가·블록」현상이라는 말로 그와 같은 기상이변을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큰 규모의 고기압이 한곳에 머물러 지상 1만m의 상공까지 고온이 꽉 차있다. 따라서 지상의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마치 「오메가」 모양의 고기압 「블록」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엔 학자들도 아직 적절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학자들에 따라 해수온 원인설, 산악 원인설 등 논의가 분분하다. 아무튼 그 결과로 편서풍이 일어나 남북으로 사행하며 기상이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편서풍이 북쪽으로 밀려가면 더위가, 남쪽으로 가면 한기가 닥친다고 한다.
이런 견해들은 아직 하나의 「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가지 마음에 지피는 것은 인류의 환경이 균형을 잃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원죄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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