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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채 받은 꼴찌' 정신지체 장정원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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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장정원군

▶ 9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사랑의 거북이 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양광삼 기자

9일 '사랑의 거북이 마라톤 대회'가 열린 전북 익산시 영등동 중앙체육공원.

정신지체 장애아인 정정원(13.사진)군이 아버지(46)와 형(28)의 손을 잡고 힘겹게 골인 지점에 들어서고 있었다. 대회 참가자들이 열렬히 박수를 치며 정원군에게 격려를 보냈다. 2~3분만 걸으면 한 번 쉬어야 할 정도로 심한 천식을 앓고 있는 정원군이 1시간30분 만에 6.5km의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것이다. 비록 참가자 5000여 명 중 꼴찌를 했지만 정원군은 이 대회의 가장 큰 상인'거북이 느림보 상'을 받았다.

정원군은 "중간에 힘이 들어 아빠 등에 업히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내 힘으로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신의 기록(3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한 것이라 기쁨은 더욱 컸다. "내년에는 1등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날 열린 거북이 마라톤 대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짝을 이뤄 6.5km를 달리는 행사.

사단법인 '사랑의 손길 새소망'이 주최한 대회는 영화 '말아톤'의 인기 때문인지 신청자가 폭발적으로 몰렸다.

공식적으로 참가 신청서를 낸 사람은 4200여 명. 그러나 실제로는 5000명 이상이 뛰었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장애인은 1300여 명이고, 나머지는 옆에서 도우미로 함께 뛰기 위해 나온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참가자 중에는 주변 사람들의 콧날을 시큰하게 만드는 사연도 많았다. 다리가 안쪽으로 휘어 보폭이 다른 친구들의 절반밖에 안 되는 장애아 정한나(13)양은 "이 대회를 위해 두 달 동안 운동장에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이경애(60)씨는 "내 평생 뜀박질은 처음이지만 거북이처럼 천천히 뛰는 대회라는 얘기를 듣고 참가했다"며 동행한 어머니(75)의 손을 꼭 잡았다.

또 하반신을 전혀 못 쓰는 대전.전주 지역의 중증 지체장애인들은 휠체어를 굴리며 단체로 나왔고, 근육이 굳어지는 루게릭병을 앓는 20여 명도 고집을 부리며 출전해 완주를 했다.

황의성(37) 조직위원장은 "장애인들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도전 의지를 북돋워 주고, 비장애인들에게는 장애우들에 대한 벽을 허물 수 있는 소중한 체험 행사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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