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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빗물을 분리 처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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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의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 고도 경주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오수(오수) 와 빗물(우수) 을 분리해 처리하는 하수도시절이 갖춰진다.
경주시가 경주종합관광개발사업계획에 따라 착수한 이 오수·우수 분리식 하수도망은 75년 내자10억 원과 세계은행차관 9억 원 등 19억 원의 예산으로 착공돼 그 동안 보문단지를 비롯한 시내 전역에 간선하수관망을 설치하고 처리능력 6만t 규모의 하수처리장을 완공했다.
이번에 다시 17억 원의 추가예산을 확보, 간선하수관과 각 가정을 연결하는 48.3㎞의 지선망 공사에 들어가 내년 말까지 이 공사가 끝나면 경주시는 깨끗한 문화도시의 품위를 자랑하게 된다.
영·미 등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우수·하수 분리식은 분뇨·생활하수 등을 흘려보내는 하수관과 합께 별도의 빗물배수관을 묻어 빗물은 그대로 하천으로 흘려 보내고 하수만 처리장에 보내 정화시켜 내보내는 방식.
빗물을 그대로 하수도로 흘러들게 하는 합류식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하수가 항상 일정량으로 흘러 전량 처리해 방류하기 때문에 합류식보다 훨씬 완벽한 처리방식이다. 합류식의 경우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이면 빗물 때문에 하수가 엄청나게 불어나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강이나 바다로 흘려 보내는 불완전한 방지이었다.
경주시가 돈이 많이 드는 분리식을 채택한 것은 기왕에 하수도망을 새로 설치해야하기 때문에 외국관광객이 많이 찾는 국제적 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용단을 내린 것.
경주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윌 실무자 2명을 「캐나다」와 일본에 파견, 한 달간 교육을 받게 했다. 또 「캐나다」의 「스탠리」 사와의 계약으로 일체의 기술지원을 받고 있다. 「스탠리」사 측은 그 동안 네 차례에 걸쳐 12명의 기술진을 보내 설계에서 시공까지 일체의 공사를 지도했다.
1차 사업으로 오수간선 42.95㎞와 1천7백52개의「맨홀」이 설치됐다. 지형에 따라 보문단지와 경주시가의 2대 간선을 중심으로 바둑판같은 하수도망이 형성됐다. 하수관은 지하1m깊이에 묻고 이와는 별도로 우수관을 도로의 양쪽에 50㎝ 깊이로 묻어 그대로 형산강과 그 지류로 흘러나가게 했다.
월성군 천북면 곤당리에는 종말하수처리장이 완공돼 하루 6만t의 하수를 처리한다. 4단계처리과정을 거치는 동안 하수는 강물보다 더 깨끗하게 정화되는데 실제로 제2처리장부터는 민물고기가 살고 있을 정도.
문제는 경주시전가구에 수세식 화장실을 보급하는 일.
현재 경주시의 수세식 화장실 보급율은 25%에 불과해 35억 원을 들인 최신 하수처리시설이 제값을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나머지 1만8천 가구의 재래식화장실 개조가 시급한 과제가 돼있다.
신라전성시대의 경주 서라벌은 인구1백만의 세계적 대도회. 성내엔 초가가 없었고 집집마다 숯으로 밥을 지어 연기가 나지 않는 무공해(?) 문명도시였다지만 이제 최신 하수망을 갖춰 옛 면모를 일부 되찾아가고 있다고 할까? <경주=김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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