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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 에너지 넘치는 엄마" 딸이 응원한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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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뽑힌 최희경(왼쪽)씨와 김선주씨가 합격증서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시간선택제가 공직에 도입된 덕분에 주말부부 생활을 끝내게 됐네요.”

 이달 중순부터 정부세종청사의 기획재정부에서 시간제 7급 공무원으로 일하게 된 김선주(31·여)씨. 김씨는 2006년부터 7년 간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본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7월 그만뒀다. 김씨는 “세 살배기 둘째를 6개월째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고 대전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떨어져 살며 자녀를 키우는 게 버거워 결국 직장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다시 일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애만 태워야 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2월 시간제 국가직 일반공무원을 뽑는다는 모집 공고를 보고 서류·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됐다. 김씨는 “아이들을 청사 어린이집에 맡기는 오전에 일하고 싶다”며 “맞벌이를 하면서 곧 입주할 세종시 아파트에서 같이 살 수 있어 남편이 더 좋아한다”며 활짝 웃었다.

 최희경(45·여)씨는 뇌경색을 앓는 어머니를 모시며 고1 딸의 학원비를 대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절실히 필요했던 경우다. 12년 간 서울 강남구청, 병무청, 조달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8년 어머니 간병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그만뒀다. 최씨는 강남고용센터에서 비정규직 직업상담사로 일하다 이번에 시간제 공무원에 합격했다. 8월 중순부터 관악경찰서 교통과에서 9급 공무원으로 일할 기대에 부풀어 있다. 딸은 “일할 때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엄마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육아·가사 문제 등으로 인해 일을 그만뒀던 전형적인 ‘경단녀(經斷女·경력 단절 여성)’였다. 그러나 정부가 처음 도입한 시간선택제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 25.4 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안전행정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이들을 포함한 시간선택제 국가직 일반공무원 경쟁 채용시험 최종합격자 192명에게 합격증을 수여했다.

 합격자 75%(149명)는 여성이다. 결혼·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뒀던 경단녀가 대부분이다. 산림청 9급 공무원에 합격한 차현미(48·여)씨는 “2011년 남편과 사별하고 두 딸의 학비를 대느라 비정규직으로 일했다”며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집안일을 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민원 서비스나 운전·방호·사서 업무 같은 단순 업무를 맡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통번역·회계·법률 같은 전문 분야에서도 채용됐다. 급여 수준은 전일제 공무원의 58%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반공무원과 달리 겸직이 허용된다. 안행부는 2017년까지 4108명(국가직 1680명, 지방직 2428명)을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시간선택제 공무원=원칙적으로 전일제 공무원의 통상 근무시간(주 40시간, 하루 8시간)의 절반인 주 20시간만 일한다. 근무 시간을 오전·오후·야간·격일제 중 선택할 수 있다. 60세 정년을 보장받는다. 국민연금을 먼저 적용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공무원연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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