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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스위스 산장의 추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내가「스위스」「프리부르크」산장에서 여름 휴가를 지낸 것은 20여년 전 너무나 아득한 나의 청춘 시절의 일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엊그제 일인 양 아름답고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있다.「프랑스」「파리」에서 공부하던 50년 대말 내가 있던 기숙사는 여름만 되면 2개월 간 문을 닫는다.
나는 어디론가 떠나야만 했다. 어느 해 여름인가 마침 한국「가톨릭」학생회가 주최한 피정이「스위스」「알트도르프」에서 열리게되어 나는 친구들과 함께 음악회도 열 겸 그곳에 참가키로 했다.
신부님의 알선으로 우리는「프리부르크」산장 기숙사에서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지금은 미국에 가있는 불문학을 공부하던 친구와 함께 그곳 산장에 있게된 것이다.
「스위스」의 숲은 몇백년 묵은 큰 나무들로 싸여있어 여름에도「스웨터」를 걸쳐야할 정도로 시원했다.
우리가 묵던 산장은 통나무로 된 위에 바깥은 갖가지 꽃으로 장식해 놓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흙 냄새, 풀 냄새, 개울가의 아침안개,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의 심신을 싱그럽게 해주고 있었다.
나는 보통 오전에는 노래 공부로 보내고 오후에는 책을 읽으며 그 친구와『콜레트』『푸르스트』『지드』등「프랑스」문학에 관해 끝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음식이 생각나면 산에 올라 개울가에서 밥을 짓고 물고기를 구워먹으며 향수를 말했다.「스위스」는 부자나라지만「프랑스」보다 검소하여 저녁식사도 빵·우유·「치즈」만을 주기 때문에 며칠이 지나자 우리는 벌써 날씬해지고 있었다.
가끔 우리는 조용한 시내를 산책하다「카페」에 가서「스위스」「요들·송」을 듣곤 하였다. 우리는 또「레만」호숫가를 산책했고「제네바」를 관광하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스위스」에 있는「융프라우」봉에 올랐는데 나는 아무 겁 없이 등산용 그네에 올라탔다.
한참 올라가니 까마득한 눈 밑은 푸른 나무가 수해를 이룬 숲, 갑자기 겁이 나기 시작하였으나 아무리 소리쳐도 구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구사일생한 기분으로 산장에 돌아왔던 그 당시는 너무 무서웠지만 지금은 모두 아름다왔던 여름날의 추억으로 내게 남아있다.【글·그림 유태열<서울대음대교수·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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