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행동의 우회적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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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국의 강력한 서정쇄신추진과 함께 각 기관에서는 자체정화의 바람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잇달아 이뤄지고 있는 관가의 인사이동을 보면 주요 공직자의 연령이 현저히 젊어지는 세대교체의 기운도 있는 듯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교육계도 자체정화와 불신 풍조해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앞으로의 학생지도 문제를 논의했다는 소식이다.
21일 열린 전국 교육감회의에서는 교육계의 부조리를 새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특히 교육행정은 양심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고 한다.
서정쇄신이나 자체정화 또는 세대교체 등의 노력은 한마디로 말해 사회에 청신한 기풍을 조성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사랑하는 사회를 이룩하자는 데 뜻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부정·부패·부조리·불신·교지 등 온갖 부정적인 요소를 씻어내고 정의·신뢰·공평·능률 등 인간이 생존·발전해 가는데 필요한 덕목들을 회복·확대시키자는 것이 최근 일련의 노력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일 것이다.
따라서 쇄신 또는 정화 노력이 현실적으로는 처벌·퇴직 등으로 구체화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 궁극적인 지향에 대한 인식은 반드시 바탕에 있어야 하리라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양심에 따라 행동하자』는 교육감회의의 다짐은 의미심장하다.
모든 사람이 지닌바 착한 심성에 따라 행동한다면 정화 또는 쇄신이 추구하는 목표는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이 왜 양심대로 행동하지 못하며, 사람이 양심대로 행동하도록 하는 조건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경제적 동기나 명예 또는 권력에 대한 욕망 등이 그 이유로 설명되기도 하며 혹은 향락·안정 등이 원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단순히 사회과학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철학·종교의 영원한 과제이기도한 것이다.
이른바 이상사회에 도달하지 못하는 한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성인군자가 되라고 강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묘방을 찾기보다는 꾸준한 노력으로 해결을 모색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범인이라도 주어진 여건이 허락하는 한 가급적 양심껏 살기를 노력하는 것도 사실이고 이런 노력이 사회의 유지·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있음도 누구나 아는 일이다.
사회에서 이런 노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사회는 그만큼 더 밝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 틀림없고 정화나 쇄신 운동도 이런 노력을 크게 하자는 수단에 다름 아니다. 이점에서 양심에 따라 행동하자는 다짐은 바로 정곡을 찌른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양심에 따라 행동했는데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다.
동질적인 소박한 공동체의 사회가 아니라 더욱 전문화. 다양화. 도시화해지는 익명의 대중사회에서는 성원의 양심이 획일적이거나 반드시 동일선상에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에 따라, 혹은 신념에 따라 양심은 서로 갈등을 일으킬 우려가 다분하다.
그런 점에서 누구나「양심대로」행동하되 그것이 조화를 이루도록 친각 조정이랄까 하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자』는 교육계의 제창은 이처럼 몇 가지 음미할만한 측면을 갖는다고 보며, 각 측면이 모두 중시되어야 실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하여 각종 부정적 요인의 정리와 함께 평범한 사람들이 그 나름대로 양심에 따라 살아가는 노력의 극대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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