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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인정…"내집"같은 민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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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태백의 기상으로 뿌리를 내린「감자바위」의온후한 인심이 제9회 전국소년체전 참가선수단의 민박가정에서 넘쳐 흘렀다.
당국에서 일방적으로 민박가정을 배정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자청했다. 따라서「웃는 표정,흐뭇한 민박」이 한층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꼬마선수들이 힘과 기를 겨루는 경기장의 격전은 지역감정도 없었다.
체전에 출전한 새싹들의마음속깊이 강원도민의 훈훈한 인심이 가득찼다.
청주에서는 출전선수만민박 시켰으나 강원도에서는 선수들과 함께「코치」까지 포함시켰다.체전개최지인 춘천에서 1천1백94가구에 선수3천5백4명·지도교사 3백44명등 3천8백48명,원주시내 5백13가구에서 선수 1천4백7명·지도교사 1백43명등1천5백50명이 무료민박에초대됐다.
「알차게,힙차게,가볍게」로 틀을잡은 대회분위기는시·도선수단이 도착하던첫날 민박가정의 주부들과의첫대면부터 무르익었다.『반갑다,먼길오느라고 고생많았지…』『잘부탁 합니다』. 시내각급학교로 지정된 시·도선수단 환영식에이어 서로만나는 장면은어색한 남남 같지 않았다.며칠동안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자녀들을 맞는어버이의 정이 함박꽃처럼 피어 올랐다.
소년·소녀들도 자신들의이름이 쓰여진 팻말을 들고 운동장에서 기다리고있던 민박가정주부들에게 달려가 선뜻 팔짱을끼며 웃음꽃을 피웠다. 강원도체전준비위원회는지난해 10월부터 춘천시의13개동,원주시에 11개동을민박권역으로 지정하여 빈틈없는 준비를 진행해왔다.민박을하지않은 가정에서도뒤질세라 간식대를 협찬하는것을 비롯,취사·세탁등일손돕기에 앞장섰다.
춘천시와 원주에서는 지난7일 하오8시 임시반상회를 열고 체전기간동안내고장을 찾는 임원·선수들에게 따뜻하고 정다운 인심을 심어주는데 인색하지말자고 결의하기도 했다.민박가정주부들은『식사는가족과함께,반찬은 정성껏』마련하기로 했다.
도내 20개시·군에서는체전에참가하는 시·도선수단과 자매결연,임원·선수들을 환영하는정표로 그고장 특유의 토산품을 보내민박가정을 통해 대접하도록 세심한 신경을 썼다.
4월1일 새로발족한 동해시는 북평항의 배후도시로서의 여건을 십분 발위,부산시선수단과 자매결연하고 싱싱한 바다생선을 「트럭」으로 실어온것을비롯,강릉시는 서울 선수단에게산나물·더덕·도라지·마늘·계란,춘성군은 역시 부산시에 산나물,홍천군은 경기도에더덕·도라지·산나물을 선수들이 체류하는 기간에 충분히 맛볼수있도록 지원했다. 그리고 횡성군은계란·고춧가루·도라지·고사리,원성군은산나물,영월군은 마늘,평창군은참나물, 정선군은 마늘·고춧가루, 철원군은 고사리·고비,화천군은계란,양구군은더덕·고춧가루,인제군은산나물,고섬군은생선,양양군은산나물·생선,명주군은 생선,삼척군은 산나물·생선·김·노가리·쥐포를 경남선수단 민박가정에 각각 보내오기도 했다.
전남국민학교 육상부 이진·나숙이·서은미양등 3명의 민박가정인 춘천시효자3동9통3반유재성씨(48·운수업) 집은 10일 대회첫날 춘천경기장으로 전가족이 응원을 나가고 맏딸춘기양(23)이 혼자 집을지키고있었다.
충북의 국민학교육상부유계숙·이재옥·이영실양을맡은 춘천시교동8통1반 한기찬씨(32·변호사)의 부인 장명희씨(31)는 처음에는 고기류를 주로하는식단을 계획했으나 선수들이채식을 더좋아하고 식사보다는 과일류의 간식을 더좋아해매일 장바구니를 들고과일상회에서 참외·「토마토」등을 직접 사들인다며 마치 자녀들에개 영양식을 대주듯 자상함을 보이기도했다.
김성배지사도 공관에 부산시 궁도선수 6명을 맞아 바쁜 공무에도 마음을썼다. 공관2층을말끔히 손질하여 선수를 맞은 김지사는 퇴근하면 선수들의 방을 먼저 찾아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
공관 김지사의 부인 정후남여사도『이번기회에 선수들에게 강원도의 전통을깊히 알려주려고 식단을 토산식품위주로 감자요리를 마련키로 했다』고 했다.
유내형경찰국장집에 민박이 지정된 부산아산국민교 여자배구「코치」송재영씨(29)는 유국장의 부인김정진씨가『선수개개인의개성에 맞춰 친자식처럼 돌봐주는 고마움에 몸둘바룰모르겠다』면서『좋은 성적으로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시호반동 어병일씨는강원선수 80명을 민박시켜소년체전에서 가장많은 선수를 맞았다.
호반동은 변두리지역이어서 민박을 치러낼만한 집들이 마땅치않던차에 마침이씨가 개업준비중이던 여관건물을 체전선수를 위해제공한것.
또 육군제8171부대에서는 선수·임원 50명을 맡아 현대식 군막사에서 침식을 함께 하도록해「민박」아닌「군박」을 하기도했다.만점체전은 후한 민박가정의 인심으로 무르익어가고 있다. <춘천=박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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