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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채 지원 '주먹구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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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3일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은행 등 금융권이 투신사에 지원키로 한 카드채 매입자금이 1조3천억원이나 남아돌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투신사에 필요한 자금규모가 부풀려졌거나 정확한 자금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필요 이상으로 돈을 많이 거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드채 매입을 주관하는 '카드채 전용사모펀드(대표 강봉희 은행연합회 상무)'측은 지금까지 조성된 5조6천억원의 자금으로 지난 주말까지 4조2천9백41억원 상당의 투신사 보유 카드채를 매입했다고 15일 밝혔다.

姜대표는 "돈이 예상보다 많이 남아 카드채를 추가로 매입할지, 출자 금융사에 돌려줄지 등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4.3조치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오는 6월 말까지 만기가 닥치는 투신사 보유 카드채(10조4천억원) 중 절반을 사들이기로 하고 필요한 금액을 분담했다. 당초 5조원 정도였던 금융권 분담 규모는 대책 발표 직후 5조6천억원으로 6천억원 늘어났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산출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정부에서 정해준 대로 돈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투신사들이 실제 필요한 자금 외에 불시 상환 등에 대비해 2천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분담액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채권 매입에 들어가자 돈은 남아돌아 투신사 등이 소요자금 규모를 부풀렸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 11일부터 16일 이후 6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를 사들였지만, 당초 예상했던 10조4천억원어치보다 훨씬 줄어든 8조6천억원어치에 그쳐 분담했던 액수만큼을 모두 사고도 1조3천억원의 자금이 남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남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금운용 관계자는 "대책 발표 당시엔 지난 2일부터 6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투신사의 카드채 규모를 기준으로 소요 자금을 계산했지만 매입할 시점에는 카드사가 이미 2~16일 사이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 1조원 이상을 투신사에 갚아버린 뒤여서 그만큼 돈이 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정확한 자금수요를 발표시점에 맞춰 산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은행 관계자는 "날짜별로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 현황은 공개돼 있는 만큼 당초 언제.얼마나 사들일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며 "그랬다면 돈을 걷느라 고생하고, 다시 남은 돈을 처리하느라 애먹을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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