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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낮다 … 높이뛰기 아이돌, 우상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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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높이뛰기 기대주 우상혁은 택견을 수련해 유연성이 남다르다. 지난달 경북 김천에서 열린 전국육상선수권에서 바를 넘고 있는 우상혁. [사진 대한육상경기연맹]

어두운 한국 육상에 샛별 하나가 떠올랐다. 충남고 3학년 높이뛰기 기대주 우상혁(18)이다. 우상혁은 지난 26일(한국시간) 미국 오레건주 유진 헤이워드필드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주니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높이뛰기 남자부 결선에서 2m24㎝를 3차 시기 만에 성공해 동메달을 따냈다. 미하일 아키멘코(19·러시아)와 드미트리 나보카우(18·벨라루스)가 우상혁과 같은 2m24㎝를 기록했지만 시기 수 차이로 금·은메달을 땄다. 한국 선수가 이 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건 2004년 이탈리아 그로세토 대회 경보 남자 10㎞ 김현섭(동메달) 이후 10년 만이다. 높이뛰기에서 나온 메달은 1988년 캐나다 서드베리 대회(박재홍 동메달) 이후 26년 만이다.

 우상혁은 여섯 살 때 오른발이 택시 바퀴에 깔려 발바닥을 70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당했다. 이 사고로 오른발가락 성장이 한동안 멈춰 짝발이 됐다(현재 신발 왼쪽이 275㎜, 오른쪽이 270㎜다). 사고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우상혁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택견을 배웠다. 이사로 택견을 더 배울 수 없게 되자 새롭게 도전한 종목이 육상이었다. 택견으로 다진 유연한 몸놀림을 눈여겨 본 윤종형 당시 대전중리초 감독(현 대전동구청 감독)은 우상혁에게 높이뛰기를 권유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높이뛰기를 시작한 우상혁은 입문하자마자 각종 대회에서 1·2위를 다퉜다.

주니어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확정지은 뒤 태극기를 들고 활짝 웃는 우상혁. [사진 대한육상경기연맹]

 고교 1학년 때인 2012년 4월 춘계전국중고대회에서 2m7㎝를 뛰어 1위에 오른 뒤 1년동안 개인 최고 기록을 11㎝나 높였다. 지난해 미국 최고 육상 지도자로 꼽히는 댄 페프(66) 코치의 지도를 받은 뒤로는 성장세가 빨라졌다. 페프 코치를 통해 도약 기술을 보완한 우상혁은 지난해 7월 17세 이하 청소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m20㎝을 뛰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태영 대한육상경기연맹 훈련팀 과장은 “보통 선수들은 개인 최고기록에 가까울수록 조주(도움닫기를 위해 달려가는 것) 동작이 흔들린다. 그러나 우상혁은 일정한 리듬을 갖고 조주 동작을 한다. 체격(1m87㎝·66㎏)도 좋고, 큰 대회일수록 더 자신있게 기량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한국 높이뛰기는 1997년 이진택(42)이 한국신기록(2m34㎝)을 세운 뒤 17년 동안 1㎝도 성장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2연패(1998·2002)를 이룬 이진택은 대학생이 된 후 2m24㎝를 뛰었다. 지금까지는 우상혁이 대선배보다 대성 가능성이 더 크다.

  김복주 대한육상경기연맹 기술위원장은 “ 2020 도쿄 올림픽에서 2m36㎝로 올림픽 첫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2012 런던 올림픽까지 남자 높이뛰기 동메달리스트 5명의 평균 기록이 2m32㎝다.

 우상혁은 여전히 갈증을 느끼고 있다. 그는 “수영의 박태환이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처럼 한국 육상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대선수가 되는 게 목표 ”라며 큰 포부를 밝혔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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