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일원화에 앞장 선 「사우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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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대 산유국인「사우디아라비아」가 수수께끼에 싸였던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타이프」(사우디)총회가 열린 후 1주일만에 유가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갖가지 억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통산성과 석유업계는『「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유가인상으로 OPEC내에서 방임상태의 원유가격체계를 일원화하려는 일보를 내디뎠다』는 점에서 견해가 일치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과거 두 번에 걸쳐 유가를 인상할 때마다 다른 산유국이 뒤따라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앞으로 유가정세는 예측키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5일 원유직거래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일본의 6개사에 4월 1일자로 소급해서 원유가격을 「배럴」당2「달러」 인상할 것을 통보했다.
대표유종인 「아라비언라이트」의 정부판매가격 (FOB기준)이 28「달러」가 된 것이다.
일본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입한 원유는 79년기준 하루 평균 약1백28만「배럴」로 총수입량의 26·8%에 달했다.
이번 2「달러」유가인상으로 일본의 수입원유가격은 (CIF기준) 전유종 가중평균으로 약 0·54「달러」올라 32·46「달러」정도가 된다는 계산이다.
통산성의 계산에 의하면 이 같은 유가인상폭으로 연간지불 석유대금은 11억「달러」(일본의 「카메라」 수출가격과 맞먹음)가 늘어나 6백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또 도매물가 0·3%, 소비자물가 0·1% 상승요인이 생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왜 이 시점에서 유가인상을 단행했을까 하는 점에 관해 통산성과 석유업계는 2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지금까지 원유를 싸게 팔던「사우디아라비아」국내에서 『왜 우리만 싸게 팔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고조되어 어쩔 수 없이 값을 올리게 되었다는 견해이다.
「아라비언라이트」가격은 지금까지「배럴」당 26「달러」로 거의 같은 유종인「아라비언라이트」 (평균가격이 1·50「달러」의 할증금을 포함 35「달러」)보다 9「달러」나 쌌다.
둘째로 「사우디」의 유가인상은 OPEC원유가격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OPEC산유국 정부판매원유가격은 작년말 「카라카스」 총회이래 각 국이 자율 결정하게끔 되어 『질 좋은 기름보다 질 나쁜 기름이 비싸다』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OPEC내의 「리더」를 자인하는 「사우디」로서는 이러한 무질서한 상태를 빨리 해소, OPEC의 위신을 되찾으려 한다고 통산성은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야마니」석유상은 지난7, 8일 「타이프」에서 개최된 OPEC총회에서『앞으로 원유를 싸게 팔고있는 나라가 유가를 올리고 비싸게 팔고 있는 나라가 유가를 내려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애매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인상은 동질의 원유를 동일수준의 가격으로 판다는 OPEC가격 일원화목표의 시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2「달러」 유가인상이 가격체제 일원화에 상응하는 인상폭이냐 하는 의문에 관해 통산성은「사우디아라비아」가 멀지않아 2∼4「달러」후가인상할 정보가 있다고 밝히고 2「달러」인상은 그 첫 신호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OPEC원유가격은 「이란」 「리비아」 35「달러」파, 「사우디」 26「달러」파, 「쿠웨이트」 「이라크」 등 28「달러」파로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사우디」는 이번 유가인상으로 유가의 중간파인「이라크」의 유가수준과 같아 유가체계는 3갈래에서 2갈래로 된 셈이다.
「이라크」등이 「사우디」에 뒤따라 유가인상을 단행할지 오는 6월 OPEC총회에서「사우디」가 또 예상외의 대폭 유가인상을 시도할지 원유가격체계는 아직 점치기 어려운 상태에서 또 강경파의 「리비아」 「알제리」「인도네시아」가 유가를 인상했다는 보도가 있다.
【동경=김두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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