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숙제 같이하는 좋은 친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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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자, 4학년7반 학생들, 익스플로러(*)를 열어보세요”

“네!”

“오늘은 검색사이트에 들어가 어제 한 숙제를 보충할 내용을 찾아볼까요”

“선생님, 제 인터넷 창이 안열리는데요”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초등학교 컴퓨터 학습실. 담임 심상수(28) 교사의 지도로 이 학교 4학년 7반 39명의 인터넷 수업이 한창이다.

익숙한 솜씨로 전날 선생님이 내줬던 사회숙제 ‘서울의 내력’에 대해 보충 조사를 한 이경희(9)양은 “검색 사이트에서 관련 자료를 찾은 후 내용을 요약해 공책에 정리하고 사진은 프린트해서 붙여요”라고 자신의 공책을 들어보이며 말한다.

박혜연(10)양은 "사회분야 숙제를 할 때 인터넷이 요긴하다"며 "친구들중엔 인터넷으로 게임만 하는 애들도 많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예외"라고 자랑했다.

심교사는 인터넷을 검색한 뒤 공책에 요약케 하는 이유에 대해 "인터넷을 쓰는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와 '자료'의 차이를 아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검색을 통해 찾아낸 학습내용이 프린트해서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면 자료에 불과하지만,공책에다 요약 정리하다 보면 '자신의 정보'가 된다는 것이 심교사의 생각이다.

숙제 보충을 마친 학생들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또하나의 4학년 7반인 '약속의 나라'(www.shimong.com.ne.kr)에 접속했다. 약속의 나라는 심교사가 4년 전에 만들어 놓은 인터넷 공간이다.

법원. 환경청.도서관.우체국.신문사.교육청 등 6개 부처를 설정하고 학생들이 각 부처의 장과 부처 직원을 정해 인터넷 공간에서 꾸려 나가고 있다. 심교사가 전에 담임을 맡았던 중3.중2.초등5학년 선배들도 함께 인터넷에서 4학년 7반 아이들과 어울린다.

약속의 나라는 그림과 만화가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사이트라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또 회원 가입 후 실명으로 글을 올려야 해 요즘 사회문제가 되는 왕따 행위나 욕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교사는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글을 올릴 순 있지만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주기 위해 실명이 아닌 글은 삭제한다"고 말했다.

곽민국(10)군은 "학급문고를 관리하는 '약속 도서관원'을 맡고 있는데 인터넷으로 아이들에게 가져올 책을 알려주고, 좋은 책을 권하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옆자리 컴퓨터에서 '약속 법원'페이지를 열고 글을 올린 김영호(10)군은 '약속 법원'의 변호사. "아이들이 서로 싸우면 인터넷에서 대화하도록 유도한 뒤 잘잘못을 가려주는 게 약속 법원의 역할"이라고 김군은 설명한다.

4학년 7반 아이들은 일주일에 다섯번 정도 이 사이트에 들어가 동료 학생들을 만나고, 남성초등학교 출신 중학생 선배들과 얘기도 나눈다. 4학년 7반 39명 외에도 꾸준히 사이트에 들어오는 심교사의 옛 제자들은 30여명 정도다.

"연배가 다른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만나다 보니 가끔 선.후배 사이의 갈등도 발생하지만 실명제 덕인지 네티켓은 잘 지켜지는 편"이라고 심교사는 말했다.

학부모들도 심교사가 올려놓은 가정통신문이나 아이들의 생각을 살펴보기 위해 자주 접속하고 있다. 심교사는 인터넷 활동을 잘 하고 모범적인 학생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 저녁을 함께하며, 게임을 하고 영화도 보는 '특별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심교사는 "아이들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가 되기도 하고 위험한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며 "거실 같이 개방된 공간에서 부모와 함께 인터넷 서핑을 즐길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고 학부모들에게 말했다.

심교사와 4학년 7반 학생들은 자신들의 인터넷 활용경험을 정리해 영진닷컴의 '인터넷에서 찾은 호기심 공책 만들기'공모전에 응모할 계획이다. 응모시한은 오는 30일까지다. 문의 02-2105-2108.

최지영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chang6@joongang.co.kr>

★익스플로러 자주 들어보셨죠?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정식 명칭이에요. 미국 마이크로 소프트(MS)사에서 개발한 웹 브라우저예요. 웹 브라우저란 인터넷에서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해주는 검색용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죠.

1995년 8월 첫 버전인 버전 1.0이 나왔구요, 지금은 6.0버젼이 나온 상태죠. 96년부터는 MS의 운영체제인 윈도에 기본으로 내장돼 보급되기 시작해 폭발적으로 사용이 늘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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