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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에 공 들여 한국인의 슬기 자랑토록"|「사우디」의 최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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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규하 대통령과「할리드」「사우디아라비아」국왕과의 한-「사우디아라비아」정상회담은 전날(11일)의 바람 불고 안개가 끼었던 날씨가 말끔히 걷힌 속에서 12일 상오11시30분부터 거대하고 화려한「알·마드하르」왕궁에서 시작됐다.
이날의 회담을 위해「할리드」국왕은 15분 먼저 왕궁회담장에, 이어 상오11시20분에「파하드」황태자가 미리 도착하여 정상회담을 정중하고 세심하게 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측의 박동진 외무장관과 장예준 주「사우디아라비아」대사가 역시 미리 도착, 왕궁 현관 대기실에서 최 대통령 일행을 기다렸다. 상오11시30분 정각 5대의「사우디아라비아」번호 차의 경호를 받은 최 대통령은 선명한 태극기를 단 대형「톨즈·로이스」승용차 편으로「알·마드하르」궁에 도착, 현관에서「할리드」국왕과「파하드」황태자·「압둘·아지즈」제2부수상의 영접을 받고 복도에 도열한「사우디아라비아」측 회담 배석자들을 소개받았다.
이어 양국원수는 회담장으로 들어가 장방형 원탁「테이블」에 자리잡았는데 중앙에는 양국 원수가 참석했으며 한국측은 최 대통령 오른쪽에 박동진 외무, 양윤세 동자, 왼쪽으로 장예준 내사, 이규현 문공장관 순으로 착석했으며「사우디아라비아」측은 국왕 오른쪽에「파하드」황태자, 왼쪽으로「압둘·아지즈」제2부수상,「야마니」석유상 순으로 착석해 약3분간 양국 기자들에게 사진촬영과 회담장 취재에 응했는데 기자들의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최 대통령과 박 외무장관은 귀엣말을 계속 주고 받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최 대통령의 공식 방문을 전후해서 이곳「리야드」의 각종「매스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사우디아라비아」정부의 환영의 뜻을 전하는 등 비중있게 다뤘다. 대표적 일간지인「알·자지라」지는 12일자 머리기사로 양국 정상 회담 개최를 보도하는 한편 도착사진과 함께13「페이지」에 걸쳐 최 대통령의「프로필」, 한남동 소재「이슬람」사원과 서울전경, 한국의 역사와 발전상을 특집으로 게재했고「알·야옹」지와 유일한 영문일간지「사우디·가제트」지는 최 대통령의 공항 도착, 국왕과의 정상회담을 머리기사로 다뤘다.
최 대통령은 12일 하오 이곳「콘틴넨틀·호텔」에서 우리나라의 진출업체 대표 및 근로자들에게 훈장과 표창을 수여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최 대통령은 직접 훈장과 포장을 달아주고 악수를 나눈 뒤 인사말에서『이역 만리 떨어져서 여러 가지 사업을 맡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고 반갑다』고 말했다.
최 대통령은『「10·26」사태 같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속적으로 나라를 지켜가겠다는 결의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고『다소 노사문제와 학생시위가 있으나 국기는 튼튼하다고 본다』고 했다.
최 대통령은 12일 하오4시40분(현지시간)이 지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캄캄한 사풍이 불고 때아닌 소나기가 쏟아지는 가운데「리야드」에서 17㎞떨어진 공공주택건설사업 현장에 도착해 한국해외건설사무실에 들러 공사계획에 관해「브리핑」을 들었다.
이곳에서 일하고있는 삼호·한신·진흥·경남·삼익 등 5개 시공회사의 근로자들에게 고국의 소식을 담은 영화「필름」을 선물로 준 최 대통령은 간단한 인사말을 통해『가능하다면 공기를 단축해 한국인의 슬기를 보여달라』고 당부.
최 대통령은 또『우리나라와는 법률규정·습관 등이 다르니 만큼 이 나라의 법과 습관을 존중해서 개인과 국가간의 우호를 증진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라』고 강조했다.
최 대통령은 1백73만평의 대지에 44만평 규모의「아파트」및 주택을 건설하는 현장사무소의 방명록에『여러분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1980년5월12일 대통령 최규하』라고 서명했다.
최 대통령이 건설현장을 돌아보는 4㎞의 연도에는 약5천 여명의 근로자들이 갑자기 내린 비와 진흙탕 속에서 손에 손에 태극기와「사우디아라비아」기를 들고 나와 열렬히 환영했고, 최 대통령도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공사장 주변에는 최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과「아치」가 곳곳에 세워졌고,「사우디아라비아」경찰은 최 대통령이 지나가는 연도의 경비에 나서 최대의 예우를 갖추었다.
최 대통령은 12일 하오5시40분(현지시간)「리야드」시내에 있는「파이잘」왕립병원에 들러 병원 내부를 약30분 가량 돌아보고 화가 민경갑씨가 그린 철쭉동양화 1폭을 선물로 기증했다.
최 대통령은 이날 공공주택건설현장을 돌아본 후 사풍으로 예정보다 40분 늦게「파이잘」병원에 도착해「모하마드·카시메리」병원장의 안내로 수행원과 함께 의료진과 시설이 좋은「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인 이 병원을 시찰했는데 여기서도 최 대통령은「대한민국 대통령 최규하 1980년5월12일」라고 서명했다.
최 대통령은 12일 저녁 왕궁인「알·마드하르」궁 안에 있는 황태자 관저에서「파하드·이븐·압둘·아지즈」황태자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해「할리드」국왕 등과 양국간의 우호증진을 다짐했다.
만찬에는 12일 저녁 최 대통령을 위해 만찬을 주최했던「할리드」왕이 이례적으로 계속 참석하여 최 대통령에 대한 극진한 환대의 뜻을 표시했다.
최 대통령은 박동진 외무·장예준「사우디아라비아」대사 등 공식수행원 14명과 함께 만찬장소에 도착, 현관에서「할리드」국왕의 영접을 받으며「리셉션」장에 입장했다.
최 대통령은「사우디아라비아」고유한 음료인「카페」를 들며 잠시 환담.
이어 최 대통령은「할리드」국왕,「파하드」황태자와 함께 현관 좌측에 마련된「리셉션」장과 같은 넓은 연회장으로 옮겨 만찬을 시작했다. 【리야드=성병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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