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기 외채의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단기 해외 부채의 급증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 빚이나 마찬가지로 국가에 있어서도 단기 부채는 상환 압박을 더 많이 받게 마련이고 그만큼 조건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환 사정이 좋아진다 싶었던 77, 78년만 해도 적극적으로 억제했던 것이다.
한데 올해 들어 1·4분기중에 단기 해외 채무의 순증액은 상반기 목표인 10억「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경상수지의 적자 보전과 외화 보유고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단기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다.
해외 단기 부채는 78년말에 잔액 기준 25억9천2백만「달러」였는데, 그것이 79년 말에는 46억5천2백만「달러」로 20억6천만「달러」나 늘어났고 금년 3월말에는 다시 58억2천만「달러」에 달했다.
불과 석달 사이에 11억6천만「달러」나 격증한 것이다.
이 추세로 보아 올해 단기 부채 도입액은 작년 실적을 훨씬 능가할 것이 틀림없다.
정부의 계획으로는 상반기 중에 10억「달러」, 하반기에 10억「달러」해서 연중 20억「달러」만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4분기 중의 도입 내용을 보면 단기 무역 신용이 8억5천만「달러」로 대종을 차지하고 있다.
외상 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정부가 한편으로 외화 보유고를 유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업계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작년 하반기 이후 계속 「유전스」 기간을 연장하는 등 외상 수입의 문호를 넓혔기 때문에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난달에도 원유·고철 등 수입 규모가 큰 주요 원자재에 대해 「유전스」 기간을 1백80일에서 2백70일로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여기서 늘어나는 단기 부채만도 대단할 것임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외환 사정이 나쁜 상황에서 외상 수입을 늘리는 것은 그 자체로서 시비할 성질은 못된다.
문제는 상환 기간이 짧은 단기 부채가 많이 쌓이다 난 후의 대책 때문에 안타까움을 느끼게되는 것이다.
국제 수지가 근원적으로 해결되는 대책은 없이 부채만 늘어난다면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빚을 들여와야 하고 결국은 대외 신용의 실추를 자초하게 될 뿐이다.
하기야 「12·12」 사태 이후 금년 초까지만 해도 국제 금융 시장에서 차관을 얻을 수 있느냐가 관심사였었으니까 해외 부채 증가를 걱정하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게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만도 하다.
확실히 국제 수지를 둘러싼 절박한 위기감은 상당히 해소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정치 정세와 경제 상황 여하에 따라선 아직도 안심할만한 처지가 못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경상 수입 외환에 대한 해외 채무의 상환 비율을 나타내는 「데트·서비스·레시오」가 14%에 이르고, 대외 채무 잔액이 2백20억「달러」에 육박한다는 사실, 그리고 특히 단기 부채가 격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어려운 문제를 제기할 우려가 많다.
국제 수지 적자를 임시 변통의 단기 부채로 메워나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정부 당국에서도 단기 해외 부채의 급증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모양인데 때가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억제함으로써 경상 수지를 바로 잡는 길 밖에는 없다.
외상 수입의 길이나 넓히고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들여오는 정책에 머무른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너무나 자명한 것이 아닌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