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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띠동갑 아래 아내가 자주 토라져 고민이라는 40세 사업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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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Q 올해 마흔인 사업가입니다. 일에 열중하다 보니 결혼이 늦어져 지난해 결혼한 늙은 새신랑입니다. 띠 동갑 아래 아내를 뒀다고 친구들은 부러워합니다. 어린 아내와 사니 얼마나 좋으냐고요. 그런데 힘든 점도 있습니다. 아내가 자주 토라지고 잘 울기 때문입니다. 아내 어리다고 유세 떠는 거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내가 울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팍팍 늙는 느낌입니다. 또 별 것 아닌 일에도 잘 토라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 약속이 생기면 살짝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어찌나 잘 알아 내는지 일이 더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는 의처증 비슷한 지경에 이르러 사업상 여성과 식사한 걸 갖고 바람피웠냐며 엉엉 우는 데,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어린 아내가 좀더 의존적일 순 있지만 사실 어린 아내만 우는 건 아닙니다. 오늘 사연, 부부간 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 세 가지가 다 섞여 있네요. 아내의 눈물, 하얀 거짓말, 그리고 바람이요.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 아내의 눈물에 대해 먼저 알아 보겠습니다. 우는 것은 강렬한 감정 표현입니다. “슬프다”고 말하는 언어적 소통보다 상대 마음을 더 움직일 수 있습니다. 눈물은 통상 남자보다는 여성의 소통 수단이라고들 생각하죠. 실제로 그럴까요.

 독일안과협회 조사 결과를 보면 답은 ‘그렇다’입니다. 여성은 일년 평균 30~64회 눈물을 흘리는 반면 남자는 6~17회 운다니 여성이 4~5배 더 많이 우는 셈입니다. 우는 시간도 남성은 2분, 여성은 6분으로 더 깁니다. 또 여성은 100번 울면 65회를 엉엉 울지만, 남자는 그런 정도가 100에 6회 정도 입니다.

 눈물을 흘리는 때도 다릅니다. 여성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과거 사건이 생각날 때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남성은 관계가 단절될 때, 거꾸로 누군가 나를 깊이 공감해 줄 때 눈물을 흘립니다. 여자는 감성 소통 수단으로 쉽게 눈물을 흘리지만 남자는 누군가 우는 걸 보면 ‘관계가 끝’이라는 감정을 갖게 됩니다. 남자가 눈물을 훨씬 심각하게 해석한다는 거죠. 그러니 울다가도 친구 전화를 즐겁게 받는 아내 모습을 보면 남편이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눈물에 대해 남녀 차이가 분명하지만 사춘기 이전까지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사춘기 이후 호르몬 변화도 한 원인이겠지만 남자는 울면 안된다고 교육받는 것 역시 주요한 이유입니다. 남자라고 울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슬퍼도 울지 않도록 연습한 결과라는 거죠.

 오늘 사연처럼 아내가 울면 남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아내의 눈물이 ‘나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란 생각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관계가 단절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생깁니다. 그런데 사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공감입니다. 관계의 단절을 암시하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울면서 이혼하자는 아내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쿨하게 얘기했다 호되게 야단만 맞은 남편들, 적지 않습니다.

 아내는 대화하자고 우는데 남자는 이를 잘못 받아들여 눈물을 아예 흘리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씁니다. 그게 하얀 거짓말입니다. TV 보던 아내가 ‘내가 예뻐. 전지현이 예뻐’라고 물으면 남편들은 안절부절합니다. 거짓말은 나쁜데, 진실을 얘기하자니 아내가 토라질 것 같기 때문이죠. 아이디어를 짜내 절충안으로 ‘전지현이 예쁘지만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그제서야 ‘당신이 더 예뻐’라고 하얀 거짓말 한 방 못 날린 걸 후회하죠.

 사람은 하루에 거짓말을 얼마나 할까요. 영국에서 부부를 상대로 한 연구를 보면 아내보다 남편이 더 많이 합니다. 남편은 하루 평균 6번, 아내는 3번입니다. 이렇게 양은 남편이 많지만 거짓말의 깊이나 정도는 아내가 더 심합니다. 또 남편의 거짓말은 어설퍼서 금방 탄로가 나죠. 그러나 여성의 비밀은 정말 감추고 싶은 것이기에 그만큼 철저하게 숨기고, 잘 들키지도 않습니다.

 영국이나 한국 모두 남편이 하는 거짓말은 비슷합니다. ‘별일 없어’가 1등, 2등이 ‘당신, 아직도 날씬해’ 입니다. ‘지금 집에 가는 길이야’도 많이 하는 거짓말입니다. 아내는 어떨까요. ‘세일할 때 산 거야’가 3위, ‘어제까지 세일했던 물건인데’가 2위, 그리고 제일 많이 하는 거짓말이 ‘나 힘들어’라네요.

 남녀는 거짓말을 하는 심리적 동기가 다릅니다. 남자는 잘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나를 근사하게 만들어 남이 나를 우러러 보게 하고픈 욕구 때문에 과장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여성은 공감 받으려고 거짓말을 합니다. 슬프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남자는 숨기고 멋진 척 하지만 여성은 작은 일을 더 과장해 자기가 매우 힘든 상황인 것처럼 포장합니다. 공감받고 싶기 때문이죠.

 힘들어도 ‘괜찮다’는 남편의 거짓말이 탄로나면 어린 아내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나와 마음을 나누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게 더 깊어지면 다른 여자와 마음을 나누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해하고 의심합니다.

 여기서 잠깐. 바람에 대해 알아보죠. 이 역시 남녀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바람은 크게 정서적, 성적 바람으로 나뉩니다. 정서적 바람이란 마음을 나누는 관계입니다. 성적 바람은 강렬한 신체적 접촉이 있는 겁니다. 여성은 남편의 정서적 바람에 더 신경을 씁니다. 마음을 주면 몸은 당연히 따라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남성은 아내의 성적 바람에 더 신경을 씁니다. 몸을 주면 마음이 가는 것으로 생각해서죠.

 남편이 ‘오늘 밥 먹은 여성은 나와 아무 관계도 아니야’라고 말할 때의 의미는 성적인 관계는 없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대수롭지 않다는 거죠. 하지만 아내는 ‘나보다 그 여자와 더 깊이 대화하는 게 아니냐’는 걸 의심하는 겁니다. 인식의 차이가 갈등을 만드는 셈입니다.

윤대현 교수

 자, 아내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봤으니 이제 남편의 솔루션을 한번 알아볼까요. 우선 아내의 섬세한 감성을 안정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내는 좀 더 소통하자는 뜻으로 눈물을 흘렸는데, 남편은 그게 싫어 하얀 거짓말을 하고, 그걸 알아낸 아내는 ‘남편이 바람 피우지 않나’ 하는 의심을 하게 됐죠. 이 연속 반응의 시작인 아내의 눈물을 미리 막기 위해 먼저 선수를 치는 겁니다. 매일 일정 시간에 아내에게 전화를 거세요.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냥 그날의 속상한 일, 고민되는 일, 열 받는 일을 이야기하면 됩니다. 아내가 놀라고 힘들어 할 것 같지만 속으론 이 남자가 나와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느낍니다. 또 매주나 격주에 한 번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정하세요. 이렇게 하면 아내는 남편 마음이 항상 나를 향해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안정감을 느낍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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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sn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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