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多者회담 수용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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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미 간 직접 대화를 고집하던 북한이 미국의 다자 대화 요구를 수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2일 관영 중앙통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미국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對)조선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는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우리가 직접 (미국과의) 회담을 주장하는 것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압살 정책을 포기할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의 필립 리커 부대변인은 12일 교도(共同)통신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의 의사 표명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적절한 외교적 채널을 통해 답변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북핵 문제를 둘러싼 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는 중국 정부의 설득 노력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한.미 연합훈련 기간 중 공개활동을 중단한 채 백두산 인근 삼지연의 한 비상 집무실에 머문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고위 관계자를 파견, 다자 대화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정보 소식통은 "삼지연에서 金위원장을 만난 중국의 고위 인사가 다자 대화를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중국 공산당의 부국장급 간부가 최근 북한을 방문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한편 金위원장은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 등 중국의 새 지도부와 상견례를 하면서 다자 대화가 열릴 경우 중국의 역할 등을 협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보 소식통은 "金위원장이 새 지도부와의 상견례를 겸해 다자 대화에서의 역할을 논의하고 경제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며 "金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경우 핵문제의 획기적 국면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외교팀, 워싱턴=김종혁 특파원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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