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세계 경제 장기정체 가능성 … 인프라 투자 확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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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계 경제는 조금 좋아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낙관은 어렵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명사 50명이 예측한 앞으로 세계 경제다. 두산그룹이 영국 맨체스터에서 한 ‘두산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의 결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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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현지시간) 포럼에서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버드대 교수)은 장기정체(secular stagnation)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포럼을 주최한 두산그룹 측은 “포럼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5년 정도 중장기로 세계 경제를 볼 때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답이 많았다”고 전했다. 장기정체론은 한국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이론을 만든 미국 경제학자 A.H 한센은 수요 감소와 함께 기업의 사내유보 증가, 인구 증가 둔화 등을 원인으로 꼽기 때문이다. 서머스 교수는 “수요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프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자신의 베스트셀러 제목이기도 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세계 경제 침체의 원인은 전쟁, 정치적 분쟁, 투기적 버블의 붕괴 등 다양하지만 근간에는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인 의미의) 야성적 충동이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이성적인 요인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실러 교수는 “경제의 호황과 불황을 일으키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심리”라고 진단했다.

온통 흙빛만은 아니었다. 두산그룹은 “(비율을 공개할 순 없으나) 포럼의 경제전망조사에서 대부분 참석자는 내년 세계 경제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해선 “1~2년 안에 경착륙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이 있었던 후였지만 지정학적 상황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있었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미국과 중국, 유럽 사이에 공통된 이해관계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같은 사실은 세계적인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참석자가 의견을 같이한 부분이다. 로봇공학 전문가인 다니엘라 러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인공지능이 결합한 산업용 로봇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실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JB 스트라우벨 최고기술책임자는 “전기차 시대는 반드시 온다”고 단언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은 포럼은 박 회장의 작품이다. 1회 때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2회 때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과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이 포럼의 핵심을 토론에 둔다. 활발한 토론을 위해 포럼은 비공개로 진행한다. 50명이 원탁형으로 앉아 서로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취지다. 포럼은 세계 4대 골프대회 중 하나인 ‘디 오픈’ 기간에 열린다. 두산은 ‘디 오픈’ 후원사 중 한 곳이며 포럼 참석자는 디 오픈 관람을 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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