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 1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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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3평 8년, 15평 9년∼10년, 17평 11년. 이것은 도시의 봉급생활자가 자신의 「아파트」를 장만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다(주공조사).
여기의 봉급생활자란 월 평균소득 20만 6천 원, 연평균증가율 23%, 월 평균저축률 30%인 경우다. 「아파트」값은 주공「아파트」분양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또「아파트」의 평균 상승률을 약 20%로 계산했다.
『10년쯤이면!』하고 용기와 희망을 갖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정년퇴직 때나 겨우 집 한간 마련한다는 일본의「샐러리맨」을 생각하면 그나마 우리는 행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숫자의 세계처럼 똑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요즘 같아서는 야생마처럼 뛰는「인플레」에 거북이 같은 봉급생활자의 소득증가율로는 경주를 하나마나다. 「마이·홈」에 대한 꿈은 무지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주택보유율은 79년 말 현재 61.5%다. 1백가구 중 40가구가 내 집이 없다.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77%로 서울보다는 나은 편이다. 그러나 주택의 질이나 환경을 생각하면 이 총계 숫자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지난해 건설부는 무주택가구의 실태를 조사한 일이 있었다. 도시의 경우 월 평균소득이 10만 5천 원 선이었다. 이 가운데 월 평균 1만원이하 저축자가 27%남짓이나 되었으며 1만원이상 5만원이하가 39%이었다. 물론 5만원 이상을 저축하는 가구도 9%나 되었다.
그러나 이들 저축가구들 가운데 목표액의 한도가 1백만 원에서 3백만 원 사이인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그 돈이 모이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생각하면「마이·홈」과는 실로 거리가 멀다.
더구나 무주택가구가 희망하는 주택 값은 현시가로 1천만 원에서 1천 5백만 원 사이가 40%나 되었다. 실제로 그런 주택은 좁디좁은「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별로 흔하지 않다.
「아파트」도 그렇다. 「샐러리맨」이 그런 「아파트」를 살 때쯤엔 어느새 가족도 4명은 될 것이며 어린아이들도 취학연령이 지났을 때다. 오히려 좁은 「아파트」에 사는 것이 마음의 부담은 더 할지도 모른다.
이른바「사회의 안정」은 가정의 안정 없이는 기대할 수 없다. 가구의 안정이 반드시「마이·홈」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축에의 기대감만은 사회가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마이·홈」과 저축과의 경주가 출발신호도 울리기 전에 벌써 승부가 나있으면 누구도 뛸 의욕이 없을 것이다. 경제의 안정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도 모든 희망의 시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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