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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球와 함께한 60年] (11) 정부 부처들의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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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프로야구를 지원함에 따라 정부 각 부처와의 협력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나는 구단주들의 청와대 방문 이후 각 정부 부처와 긴밀하게 접촉, 프로야구가 초창기에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썼다.

그때 프로야구에 큰 도움을 준 부처는 내무부와 재무부였다. 6개 구단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그 적자의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내무부와 재무부에 운동장 사용료를 5년간 면제해주고, 모기업이 야구단을 지원할 때 손비 처리가 가능하게 해줄 것, 그리고 프로야구 선수 연봉의 세율을 최대한 낮춰줄 것 등을 부탁했다.

6개 구단의 운동장 사용료를 면제해주는 데에는 쉽게 합의가 됐다. 나는 "프로야구단들이 각 지방의 경제에 공헌하는 부분이 있고, 향토애의 함양에도 이바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내무부에서는 각 시도에 지침을 하달해서 모두 동의를 얻어냈다.

그러나 내무부 장관의 영향력이 미치는 않는 지역이 있었다. 서울이었다. 서울은 특별시라서 서울시장을 설득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의 이상연 부시장은 까다롭게 원칙을 고수했다. 그래서 어렵게 설득한 끝에 5년 대신 3년간 사용료 면제 허락을 얻어냈다.

지금 프로야구 8개 구단은 모두 일정액의 운동장 사용료를 내지만 프로야구 출범 당시에는 한푼도 내지 않았다. 정부가 그만큼 프로야구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었던 것이다.

재무부의 협조도 큰 힘이 됐다. 나는 각 구단이 모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돈에 대해서는 광고선전비로 인정해 세금을 물지 않도록 손비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정 자립기반이 없는 프로야구단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청와대 쪽에서 적극 협력, 재무부로부터 손비처리해주겠다는 공문을 받아낼 수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라는 직업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그들이 '부자'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했다.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선수들은 부자가 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나는 한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다. 정부 차원에서 선수들이 내는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프로야구 선수들을 자유소득업자로 분류, 과세 표준율을 대폭 낮췄다.

이처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 감독, 구단 관계자들에게 직업야구인으로서의 소양을 심어줄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82년 1월28일부터 이틀간 상업은행 본점 회의실에서 6개 구단 선수, 감독을 모두 모아놓고 세미나를 했다. 세미나에 강사로 초청된 사람들은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출신의 전설적인 감독 미즈하라 시게루, 일본야구의 영웅 나가시마, 그리고 총재 특별보좌역으로 임명한 전 요미우리 선수 장훈 등이었다.

이때 프로선수로서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역설했던 미즈하라 감독은 유감스럽게도 한국프로야구 개막전 하루 전날인 82년 3월26일 유명을 달리했다. 개막전 전날에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화려한 전야제가 열렸는데, 이 행사에 참석한 나가시마가 미즈하라 감독의 별세 소식을 전해줬다.

유창순 당시 국무총리가 주재한 전야제에서는 아역 탤런트 '똑순이'김민희양이 길옥윤씨가 작곡한 '신나는 프로야구'라는 노래를 불러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용일(前 한국 야구위원회 사무총장)
정리=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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