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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수업 방식 바꿔야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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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웃음은 또다른 웃음을 낳는다. 이를 외부효과라고 한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여러 사람이 나눠 갖게 된다."

"물물교환은 나에게 가치가 적은 것을 내놓는 대신 필요로 하는 것을 가져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엄마에게 물물교환 수업에 낼 새 물건을 사달라고 한다. 아이들이 교환의 가치와 시장경제 원리도 모른 채 막연하게 경제교육을 받고 있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한 집단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기업이 돈을 버는 것보다 분배와 사회 기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기업의 본질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온수초등학교 도서실은 열기가 가득했다. 중앙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마련한 '틴틴경제 현장 파견 교육'현장이다. 이 학교 교사 52명은 한시간 30분 동안 천규승 한국개발연구원(KDI.사진) 경제정보센터 경제교육팀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경제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이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 대부분이 부자를 경멸한다. 그러면서도 본인 스스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이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천규승 팀장은 경제교육의 목적부터 분명히 한 뒤 올바른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받은 세뱃돈을 부모가 거둬가면 자기 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동기 부여를 제대로 하려면 저축 기간을 너무 길게 잡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통장에 있는 돈의 용도를 명확히 하고 언젠가는 쓸 수 있다고 말해줘야 스스로 저축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千팀장은 그렇다고 경쟁심리만 자극하지 말고 나하고 다른 것을 인정하는 자세, 즉 더불어 사는 지혜도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의 한 소설가가 요양차 시골에서 머물면서 그곳 초등학교에서 일일교사를 했다. 그는 2학년생에게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를 했다. 재주 있는 토끼보다 부지런한 거북이가 최선을 다해 이겼다는 뻔한 결론이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선생님, 왜 거북이는 자고 있는 토끼를 깨워 같이 뛰지 않았죠?"

거북이와 토끼가 같은 곳에서 살려면 거북이가 토끼를 깨웠어야 했다. 졸음 때문에 경주에서 진 토끼는 다음 경주에선 반드시 거북이를 꺾는 것은 물론 거북이를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북이가 토끼를 깨워 같은 조건에서 달렸다면 토끼가 이겼을 것이다. 그 뒤 토끼는 거북이를 동료로 인정하고 배려했을 것이다. 서로 약점을 보완하면 결과물은 훨씬 커진다. 그렇다고 토끼와 거북이가 결과물을 똑같이 나눠선 안된다.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나눠 가져야 한다."

열기는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의 경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어떤 게 있나?"

"경제란 생활이다. 경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없다.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를 가르치면 아이들은 경제를 프로그램 안에서만 인식한다. 현장에서 유리되기 쉽다. 생활 속에서 경제교육을 해야 한다. 질서 지키기(공정경쟁)와 수도꼭지 잠그기(절약),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팀워크 배양) 등을 통해 가르치면 된다."

"생활 속 경제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더 들어달라."

"아이들이 원하지도 않은 것을 먼저 해결해주지 마라. 젖먹이 때는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젖을 먹여야 한다. 많은 학부모가 아이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에 미리 장난감을 사주는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모든 것이 주어지면 아이들은 세상도 으레 그럴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도서실을 나서면서 2학년 담임 윤정숙 교사는 "그동안 물물교환 수업이 일회성 행사로 진행돼온 게 사실"이라며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의미를 깨우치는 방식으로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희성 경제연구소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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