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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발의 손길 기다리는 "자원덩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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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반도의 60배나 되는 남극대륙은 그 덩어리 전체가 지하자원이 아닌가고 의심할 정도였다. 답사반이 가는 곳마다, 보이는 곳마다, 검은 철광석이 널려있었다. 그 검은 쇠 바위에는 퍼런 줄이 죽죽 그어져 있었다.
『저 검은 바위는 철광석이고, 퍼런 줄은 구리입니다.』
답사반을「조디액」(고무「보트」)에 태우고 「파라다이스」만의 이곳 저곳을 보여주던 영국인 남극전문가「앨런·거니」씨(48)는 웃으면서 설명해 주었다. 광물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의 눈에도 남극산천의 바위와 돌멩이에 철과 동이 잔뜩 함유되어 있다는 점은 첫눈에 보고서 알 수 있었다.

<자원탐사는 2%정도 끝내>
「펭귄」이 알을 품기 위해 부리로 쪼아다가 쌓아 놓은 작은 돌멩이에서부터 만년적설 위로 고개를 내민 멧부리까지 모두가 광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남극대륙에 얼마나 많은 지하자원이 깔려 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지하자원은 대륙의 2%정도의 면적에 대해 미국·소련 등이 실시한 지질조사의 결과 중에서 비공식으로 어렴풋이 알려진 자료들이다.
미국 지질조사소에 의하면 남극대륙 전체에 추정되고 있는 각종 광상은 9백여 개소. 대개가 두터운 적설빙 아래 묻혀 있다. 그러나 20여 개소는 눈이 쌓이지 않은 노암지대에 있다.
남극대륙의 북서쪽에 돌출 돼 있는 길이 1천8백km의 가는 남극반도는 남미대륙 「안데스」산맥의 연장이어서 반도 전체가 풍부한 광물주머니로 알려지고 있다. 금·은·동· 「크롬」·「니켈」「코발트」「망간」 등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반도에 척추처럼 뻗어 있는「튜프크」산맥 지하에는 넓이 3천3백평방km, 두께 6.5km의 세계 최대의 수상한 바위(층상 염기성 관입암체)가 발견됐는데, 이 문제의 바위층은 미국 「몬태나」주의 광산과 지질학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이며 여기에 백금·「크롬」·「니켈」 등이 담뿍 담겨 있다고 한다.
소련은 남극대륙 동북부의 「프린스·찰즈」산맥에서 세계 최대의 철광석 광맥을 발견했다고 보고한바 있다. 이 광맥은 두께 1백m, 폭 1백20km정도인데 세계 철 소비량의 2백년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대륙의 동남쪽에 있는 자기네 「머슨」기지주변에서 「우라늄」·은·연·아연 등이 있는 부광의 지층을 발견했다고 발표한바 있다. 일본도 소화기지주변서 「우라늄」광석을 발견, 표본을 채취해 조사중이다.

<금·은·동 없는 게 없어>
석탄은 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묻혀있는 광물.
남극대륙 횡단산맥에는 세계최대의 석탄광맥이 있는 것으로 오래 전에 확인된바 있다.
답사반이 산에 올랐을 때 석탄덩어리가 그대로 깔려 있었다. 답사반이 밟고 내려오는 눈 위에는 검은 발 도장이 점점이 찍혔다. 석탄광맥의 일부는 그대로 노출돼 있다.
가장 관심이 많은 석유는 아직 확실하게 발견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틀림없이 많이 묻혀 있을 것이라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73년 1월 미국의 탐사선이 「로스」해에서 수심 4백70m정도의 바다 밑에 4개의 구멍을 뚫었는데 3개소에서 「에탄·가스」와「메탄·가스」가 분출됐다. 탐사선은 환경오염을 겁내어 일단 작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가스」에 함유돼 있는 순수한 탄화수소로 보아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틀림없이 있을 거라는 확증을 잡을 수 있었다.
73년 미국 지질조사소는 남극의 대륙붕에서만 채취 가능한 석유가 15억「배럴」이라고 보고했다. 최근 미국정부는 대륙에 묻혀있는 석유의 추정량이 4백50억「배럴」을 넘을 것이라고 보고한바 있다.
이 매장량은 미국의 당초의 석유매장량과 맞먹는 양이다.

<지구 담수의 90%가 남극에>
남극의 자원 중에는 수산자원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새우모양의「크릴」이 7억∼50억t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세계의 총 어획고는 7천만t. 1년에 「크릴」을 7천만t정도는 건져낼 수 있을 것으로 수산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 한가지, 빙산 그 차체가 큰 자원이 될 날이 머지않아 온다. 남극의 만년적설의 평균 높이는 1천9백m. 지구상 담수의 90%가 남극대륙의 눈 얼음덩이로 깔려있다. 만약 이 눈 얼음덩이가 한꺼번에 녹는다면 지구의 해수면이 70m나 높아져서 「뉴욕」·동경 등 웬만한 큰 도시들은 바닷물 속에 잠길 거라는 산술결과가 나온다.
1년에 남극대륙에서 바다로 떨어져 나오는 빙산은 1조4천억t정도. 큰 것은 10년 이상 바다로 떠다니면서 녹는다. 남위 27도 「에콰도르」의 앞 바다까지도 흘러간다. 이런 빙산을 끌어다가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8천5백만t짜리 빙산을 80년 중에 끌어갈 수 있다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빙상수송회사는 장담하고 있다.

<한여름 평균 영하 20∼30도>
남극은 식량의 저장,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장소로도 이용될 수 있다.
남극대륙의 오지는 추울 때 영하 섭씨 88도까지도 내려간다. 여름에도 보통 영하 20∼30도다.
보통 초속 8m의 눈바람이 1년 내 불다시피 한다. 「프랑스」의 「듀르빌」기지가 있는 곳은 l년 중 1백일이상 초속 30m의 태풍이 분다.
이런 자연의 악조건이 있는데다가 국제적으로 임자 없는 땅이어서 개발에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남극의 지하자원은 그대로 잠자고 있다.
미국·일본 등 기술선진국들은 조속 개발을 주장하고, 「칠레」 등 기술후진국들은 자연환경 훼손을 내세워 개발 무기한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임자 없는 무진장의 자원을 품은 채 야심 있는 인간의 도전과 개발을 부르고 있는 곳이 바로 21세기의 「프런티어」남극대륙이다.

<파라다이스만에서>
글 손석주 특파원
사진 김택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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