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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과다인상, 환율 사전누설, 정유 3사 폭리 재무·상공 「소위」서 계속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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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야 구별 없이 총공세로 나온 국회 3개 상임위 질문에서 ①유가 과다인상 ②환율 등의 사전누설 ③정유 3사의 폭리 등 3대 의혹이 크게 부각돼 있으나 그 진상규명은 미흡했다. 특히 정부측에서 유가를 59.4%나 높게 인상한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고 사전누설을 간접 시인했음에도 그 책임추궁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의원들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자세를 보이지 못한 점은 아쉬운 일이다. 재무·상공 두 위원회가 미진한 부분을 더 추적하기 위해 각각 「9인 소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앞으로 의혹이 제대로 밝혀질지 주목된다. 여야의원들이 물가·환율·금리인상 과정에서 불투명한 흑막이 개재되어 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분명한 결말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의원들의 질문과 정부측 답변·정부 제출의 자료 등에서 드러난 3대 의혹을 본다.

<유가 과다인상>
상공위가 3일간 집중적으로 추궁한 유가인상 근거에 대해 양윤세 동자부 장관은 숫자설명을 제대로 못하고 국제 원유가격이 상승추세에 있다는 등 추상적 이유만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갑수 의원(공화)은 정부가 특별소비세율 조정을 통해 인상 요인을 흡수하고 비축기금(3%)을 재정부담으로 하면 인상폭을 35%내로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박준규 의원(유정)은 50%를, 엄영달(신민), 김현수(통일) 의원은 45%가 적정 인상폭이라고 내세웠다. 최형우 의원(신민)은 「1·29」인상직전 시중에서는 50%이하 인상설이 나와 있었고 유공에서 45%인상을 요구했는데 그보다 터무니없이 높게 올려준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김효영 의원(공화)은 작년 7월 10일 유가인상 때 정부는 연말 인상분을 함께 올린다며 당시 복합단가 22.04「달러」보다 13%를 높여 24.9「달러」를 기준가로 했는데 이번 인상에서 정부는 그때 13%는 전혀 고려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l·29 인상당시 복합단가 27.73「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정부가 13.09%를 과다 책정했다고 말했다.
양장관은 이번에 고율 인상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국제 원유가가 소폭 인상되면 국내가를 인상 않을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과다인상을 간접 시인한 꼴이 되었다. 한편 정재석 상공장관은 공산품가격 고율 인상은 재고정리와 유통관계상 업계의 요구수준보다 더 높이 책정했다고 말했다.

<환율 사전누설>
재무위에서 공화당의 이만섭, 신민당의 신상우·천명기·김준섭·고재청 의원 등은 일부 기업들이 사전에 인상기미를 알고 막대한 환투기를 벌여 1백억원에서 2백억원에 달하는 환차익을 보았을 뿐 아니라 그 자금의 일부가 모종자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궁했다.
김원기 재무장관은 답변을 통해 고의적으로 누설시킨 일은 없으나 보완조치를 위한 관계부처간의 협의과정에서 업계가 「눈치」를 챈 것 같다고 밝혀 환율인상이 사전에 유포된 것을 인정했다.
이한빈 부총리도 환율문제가 작년 여름부터 공인된 정책쟁점으로 계속 거론되어 오다가 작년 12월 KDI(한국개발원)가 공개「세미나」를 함으로써 경제계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재무부가 제출한 자료에도 환율인상설이 퍼지기 시작한 지난 1월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외국환은행의 ▲상업차관 상환액 ▲외환증서 발행액▲외화대부 ▲단기무역 신용결제액 ▲외화 현찰 매각실적 등에서 환투기가 있었음이 나타났다.
외환증서 발행실적을 보면 평소의 하루 평균 2백만「달러」가 1월 7일에는 7백14만「달러」, 인상발표 하루전인 11일에는 7백33만「달러」로 급증했고 단기무역 신용결제액도 평소의 1천5백만「달러」 수준에서 7일엔 5천만, 10일엔 3천2백만「달러」로 평소의 2, 3배가 넘었다.
환율과 금리인상이 사전에 누설됐다는 것은 이 같은 자료로도 입증이 되고 있으나 어느 경로를 통해 어떻게 누설됐는지의 책임소재를 밝히지 못했다.
야당 측에서는 경제장관의 인책, 관련 공무원의 형사책임까지 거론했지만 어느 부처에 책임이 있다는 정도마저 가려내지 못했다.

<정유 3사 폭리>
끝내 명확한 정부의 답변을 듣지 못한 것 중 하나가 정유 3사의 폭리문제다.
신민당 의원들은 정부가 유가인상에 정유 3사의 투자수익율을 7% 보장하고 더욱이 저유·수송비 인상율을 2.8% 반영해준 것은 과다이익 책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정유 3사가 「1·29」가격인상 때 재고로서 취한 불로소득이 5백83억7천6백만원에 달한다는 것을 자료로 제출했으나 이번 유가의 과다인상으로 정유회사들이 얼마나 추가이익을 내느냐는 문제에는 입을 다물었다.
정유 3사가 창립이후 78년 말까지 벌어들인 세후순익이 모두 9백63억4천4백만원이며 78년의 자기자본 이익율은 유공이 24.4%, 호유가 29.1%, 경인이 30.6%로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상장회사 평균 자기자본 이익율 20.8%에 비해 평균 5.2%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병채 의원(신민)은 상공위에서 정유 3사의 과실송금이 2백%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쪽의 자세를 보면 경과·상공위 채택의 보완책이 모두「검토대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화·유정이 대정부 비판에 야당과 「톤」을 같이한 것은 임박한 선거전에서 인기를 만회해야하는 자구책의 일면이 있기도 하지만 최근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정부·여당」관계에 있어 새로운 선을 긋겠다는 여당권 수뇌부의 의지가 「플러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따지고 규명할 것이 있으면 상위를 연장해 공개리에 할 것이지 법적 근거에 논란이 있는 소위를 구성해 민감한 「이슈」를 비공개의 장으로 끌고 간 것은 과거 불미스런 일이 없지 않았던 정치인의 생동양태와 관련해 의시의 일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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