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효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시성이라던 백낙천이가 조?스님을 만나자 불교의 진수에 대해서 물었다.
스님이 대답하기를 『제악막작, 중선봉행.』 나쁜 일은 하지말고 좋은 일은 하라는 뜻이다.
놀림당했다고 여긴 백낙천이 『그건 상식이 아니냐』고 되묻자 스님이 일갈하기를 『3척동자도 다 알고는 있지만 80노옹도 행하기는 어렵다네』라고 했다는 것이다.
실상 위대한 상식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별개 아니다.
기름값이 뛰었으니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상식적인 얘기다. 기름값이 60%나 뛰었으면 물가도 그만큼은 오를 수 밖에 없다. 이것도 상식이다.
물가가 오른만큼은 봉급이 올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줄여 살 수 밖에 없다. 이건 상식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요새는 절약의 「슬기」를 외치는 상식론자들의 소리만이 드높다. 딱한 일이다. 그들이 까마득히 잊고 있는게 있다. 낭비다.
절약에는 한도가 있다. 세끼 먹던 밥을 두끼로 줄이라고 서민들에게 타이르기 전에 위대한 상식론자들은 먼저 스스로의 엄청난 낭비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게 상식이다.
우선 발전소에서 일반가정에까지 송전되는 동안에 10% 안팎의 전력이 유실된다. 송전시설이 낡은 탓이다.
수도의 손실율은 무려 25%나 된다. 이런 낭비만 막아도 기름난리는 한결 줄어들게 틀림이 없다.
그뿐이랴. 가령 「아파트」의 10층은 실내온도가 25도C가 넘을 때에도 하층은 16도C가 될듯말듯하다. 「보일러」의 열효육이며 온수배관 「시스팀」이 엉망인데다가 열손실을 조금도 염두에 두지않고 지은 건축구조 탓이다.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기름의 절반 가까이를 쓰는 산업체 중에서 「보일러」 열효율이 절반도 안되는 업체가 3백80개소나 된다. 시설이 낡은 탓으로 생기는 열손실도 15%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에너지」를 아끼자고 서민들이 전등 하나씩을 끈다해도 새발의 피나 다름이 없다.
정말로 기름을 아끼자면 나라가 손을 쓸 수 있는 일은 많다. 시중에 나도는 불량 「보일러」의 단속도 철저히 하고, 열관리에 대한 과학적인 검토도 새롭게 하고….
지난 77년에 있던 국제연소기기 관계자회의에서 발표된 바로는 이론적으로는 「디젤·엔진」의 연료비는 속도를 3할 떨어뜨리면 7할이나 절약된다.
실제로도 대형 「탱커」의 속도를 절반으로 낮추니까 연료소비가 40%나 줄어든다는게 입증되었다.
상식이란 언제나 소중하다. 그러나 상식을 내세울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들을 때에는 아무리 소중한 상식이라도 역겹게만 들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