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 각국 「스파이」 득실 「오스트리아」 정부도 "모른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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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립국인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파이」의 소굴이다. 특히 정부 당국이 첩보활동을 방임하다시피 내버려두고 있어 「스파이」의 숫자는 날로 늘어만 간다.
내무성 당국이 추산하는 바로는 국내에서 암약하는 동·서양 진영의 첩자들은 줄잡아 2천명에서 최대 2만여명-. 이러한 어마어마한 「스파이」 도시임에도 최근 군대기밀을 파내다가 검거된 「스위스」 국적의 「쿠르트·쉴링」(58) 「스파이」사건이 4년만에 발각된 것이라니 「스파이」에 대한 방임주의를 짐작할 만하다.
「한네스·도로슬러」 내무성 대변인의 말처럼 「스파이」에 대한 방임주의로 인해 「빈」은 금세기 최대의 「스파이」시장으로 불려 손색이 없다.
중립국의 입장으로 강대국의 첩보활동을 막을 길도, 또 막을 필요도 없어 자국의 치안을 해치지 않는 한 방임치 않을 수 없다는 배경이 「스파이」 도시를 낳게 했다는 설명이다.
어느 외무성 관계자는 주재 외교관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스파이」가 늘어난다는 풀이-.
특히 이 소식통은 정부 당국의 방임주의가 첩보의 매매마저 가능케 하기 때문에 동·서양 진영의 「스파이」이외에 제3국의 첩보알선 업자까지 몰려 성시를 이룬다는 설명이다.
더우기 정부 당국으로선 미 CIA나 소 KGB의 간판이 나붙는다해도 방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니 「스파이」 시장으로선 「홍콩」을 뺨친다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현재 「빈」에는 CIA와 KGB를 필두로 「나토」와 「바르샤바」 가맹국의 「스파이」들이 대거 집결, 첩보수집에 한창이다. 외국 「스파이」들의 공식거점은 주재공관.
그러나 최근 동독의 거물간첩 「베르너·슈틸러」가 서독으로 망명하면서 「카페」의 대부분이 「스파이」 소굴이라고 폭로해 이젠 어느 곳 하나 안심할 수 있는 장소는 없다.
여기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첩보활동도 양상을 달리한다는 사실-. 걸작 「스파이」 영화 『제3의 사나이』에서 주연인 「오슨·웰즈」가 「빈」의 「프라터」공원을 배경으로 암약을 벌인 낭만적인 활동은 오간데 없이 오늘의 첩보시장엔 상업주의만이 지배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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