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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2명 인질극/로얄호텔 고고클럽서 19시간동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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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M-16소총과 실탄 30발을 휴대한 육군제○○부대 소속 탈영병 이철용(23)ㆍ정원직(23)장병등 2명이 26일 하오 10시40분쯤 서울명동1가16「로얄」관광「호텔」지하2층「고고·클럽」을 점거하고 이곳에서 놀고있던 손님(외국인 남8·여3명등 11명포함)과 종업원등 1백43명(경찰집계 남 92·여 40명)을 인질로 군경과 대치하다가 27일하오 5시35분쯤 범인중 정상병이 이상병을 사살하고 자수함으로써 19시간만에 인질극을 끝냈다.
아사건으로 맨처음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명동파출소 소속 방범대장 김익씨(38· 서울서부이촌동남부「아파트」103호)가범인중 정장병이 쏜총에 맞아숨지고「고고·클럽」전속악사 방현용씨(27·서울쌍림동185의1)는 이상병이쏜 총탄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이들의 범행 동기는 범인 이가 포악한 성격의 소유자로 입대전에 사귀었던 애인이 변심해 다른사람과 결혼하게 된 것을 비관, 자포자기상태에 있었으며 정은 부모의 따뜻한사랑을 받지못한나머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가된채 이상병의 꾐에빠져 범행에 가담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24일 소속부대를 이탈, 그동안 수사당국의 수배를 받아왔었다.
이들의 인질소동으로 26일밤부터 27일 하오까지「호텔」주변의 명동일대 교통과 일반인 통행이 완전히 차단됐었다.

<범인침입>
범인들이「나이트·클럽」에처음 나타난것은 26일하오10시35분쯤. 이상병은 신사복에「넥다이」를 맨 사복차림이었으며 정은 군복을입고있었다. 이들은 종업원이 제지하는 바람에 옥신각신하던중 포장 종이가 찢어지면서 총신이 드러나자 이상병이 때마침 계단을 올라가던 여자1명을 위협하면서「홀」안으로 밀고들어가 천장을 향해 공포2발을 쏘았다.
곧이어 뒤따라들어간 정상병이『꼼짝말고 모두「테이블」에 앉으라』고 소리쳤다. 하오10시41분쯤 신고를받은 명동파출소 유영순경(41)과 방범대장 김익씨·방범원 최성만씨(33)등 3명이 급히 현장에 출동하던중 맨앞장서「홀」에 들어가던 김방범대장은 정상병이 쏜 총에맞아 그 자리에 쓰러졌고 다른 2명은 급히 밖으로 대피했다.

<인질극>
이때「흘」안에있던 외국인11명등 1백43명의 손님과 종업원들은 때아닌 총소리에 혼비백산. 악사대기실과 화장실·「테이블」밑으로 숨는 소동을벌였다.
「그룹·사운은『장미』의「베이스·기타맨」인 방현용씨에 따르면 당시「밴드」는「고고·리듬」의『이츠·어·하테이크」를 연주중이었고 3발의 총성이울리자 음악을 중단하고 악사대기실로 피했는데 범인들의 지시대로「플로어」에 엎드려있다가 몸을 트는순간 이상병이 총을 쏘아 왼쪽 옆구리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범인중 이상병은『×××들 모두함께 죽자. 움직이는 놈은 무조건 쏜다』며 흥분상태였고 정상병은 시종 침착한 태도로 인질들에게 존댓말을 썻고『불교신자가 있느냐. 마음이 불안할 때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있느냐』며 비교적 친절히 대했다고 방씨는 말했다.

<범인과의 대화>
「고고ㆍ클럽」총지배인 장봉호씨는 27일새벽1시 맨처음 범인중 이상병과 통화,『외국인을 보호하자. 애국심을 발휘해야한다』고 설득했다. 이는『외국인은 10명정도있다. 지배인이 걱정하지 않아도 외국인은 내보내줄것이다』고 대답한후 전화를 끊었다. 새벽2시33분 이상병의형 이모소위가 전화로 다시불러『형이다. 거기 술많이있지. 형하고 술한잔나누며 얘기하자. 내가 내려가겠다』고 했으나 이는『형도 믿지못해!』하며 전화를 끊어버렸고 새벽2시35분 여동생 이모양이『오빠, 왜그러세요. 오빠있는 곳으로 가겠어요』라고 말하자 이상병은『지하실에 내려오면 무조건 쏘겠다』며 통화가 끊겼다.
새벽3시30분 수사관과의통화에서 범인 이상병은『사귀던 여자가있었으나 나를 상대해주지않고 시집을가버려 욕구불만이생겼다. 사회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범행동기를 털어 놓았다.
새벽4시56분 이상병은 처음으로 인질을 풀어줄 의사를 비치며『15명정도 내보내겠다. 빵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그사이에도 범인들은 천장을 향해 2발의 위협사격을 했으며 지하실에있던 영업부장 안모씨는『밖에서범인들을 자극시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인질석방>
27일상오5시25분쯤 인질중 이영희씨(32·여·서울군자동117)가 갑자기 위경련을 일으켜 처음으로 석방됐다.
범인들은 상오7시40분 출입문쪽에있던 남자9명ㆍ여자2명등 11명을 1차로 풀어주는등 하오4시20분까지 4∼15명씩 4차례에 모두 50명을 석방했고 외국인 인질은 수사본부의 요구대로 상오8시30분쯤 2차석방때 모두 풀어줬다.

<자수>
27일정오가 지나면서 범인 이는 점점 난폭해졌으나 정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듯 서로가 앞일을놓고 언쟁이 잦았다.
수사본부의 수사관들도 이때부터 비교적 온순한 정을 상대로 설득작업에나섰고 새벽차로 부산에서온 정의 어머니 이모씨(43)가 전화로 계속 자수를 권했다.
범인이는 정상병이 인질들에게 친절히 대하고 통화중 변심의 기미가 보이자『전화끊어』 하고 소리를지르기도 했다.
하오3시쯤 이는『이젠 끝장이다』는 말을 되풀이했고 정이 처음으로『자수하자』고 제의했으나 이는「콜라」병을 깨는등 신경질을 부렸다,
하오4시20분쯤 범인 이는 의자에 앉아 앞뒤에 여자들을 앉히고 잡담하고 있었으며 이때 정상병은 옆에서 시중을 들던 영업부장 안씨에게 귀엣말로『안되겠다. 이가 너무 강경하다. 이를 해치울테니 도와달라』고 청했다. 안씨는 알았다는듯 고개만 끄덕였다.
순간 5m쯤 떨어져 있던 정상병이 이의 뒤로걸어가 목뒤에서 머리에 1발을 쏘았으며 이는 신음하며 그자리에 쓰러졌다.
이가 실려나간후 정은 괴로운듯 남자인질들 앞으로다가가『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울먹였고 인질들은 한결같이『총을버리고 자수하면 살 수 있다. 증인을 서주겠다』며 자수를 권유했다.
하오5시10분 옆에 있던 안부장이 총을 집어들었으나 정이 체념한듯 가만히 서서『자수하겠다』고 하자 순간 인질들속에서 박수가 터졌다. 하오5시30분쯤 범인 정은 수사본부로 전화를 걸어『총을 버렸으니 수사관과 어머니를 들여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어머니 이씨는 아들 정을 보는 순간『직아』하며 얼싸안았고 인질들에게『못난 아들을 대신해 죄를 받겠다』고 울면서 빌었다.

<범인주변>
이철용상병(23· 인천시부평동)은 3남1녀중 2남으로 76년 부천소재 S공고를졸업, 78년입대했다.
가족들 얘기로는 1월15일 휴가를나와 25일 귀대예정이었으며 애인이 있었으나 지난해여름 헤어졌다고 했다.
이웃주민 김모씨(54)는『이상병이 휴가중이던 지난19일하오2시쯤 사복차림으로 부평역앞에서 21∼22세쯤된 예쁘장한 여자와 얘기를나누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을보았다』고했다.【인천】

<3형제가 방범대원>숨진 방범대장 김씨
「의리의 사나이 용팔이」로 통하는 김대장은 한때 명동을 주름잡던 깡패였다. 그러나 71년9월 주먹세계에서 발을 씻고 명동파출소방법대원으로 새출발, 명동일대의 방범에 앞장섰다. 김대장의 4형제중 막내동생 김동씨(26)를 제외한 3형제가 모두 방범대원.
첫째동생 김원씨(37)는 남대문경찰서 남묘파출소에근무하고 있으며 둘째동생 김선씨(28)는 중부경찰서 을지로4가파출소에 근무하고 있다.
월9만여원의 봉급을 받아 부인 임광자씨(37)·장녀 미경양(14·숭의여중2년)·2녀 미선양(10·남대문국교4년)·장남 병철군(8·남대문국교2년)등 5명이 장인 임순태씨(61·서울서부이촌동 남부「아파트」103호) 의「아파트」방한간을 1백50만원에 전세내 살고있다.

<현장낙수>
○…사건이난「고고·클럽」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많았는데 이는 때마침 이「호텔」21층의「나이트·클럽」이 수리중이어서 외국관광객과「고고」족들이 이곳으로 몰렸기 때문.
인질로 잡혀있다가 풀려나온 손님들 가운데 남자들은 집주소와 직장을 정확히 말하고「손님접대」「사업상이유」등으로「고고·클럽」에 갔다고 했으나 여자들은 대부분이 가명과 거짓주소를 대 취재기자들이 현장상황 취재에 애를 먹었다.
인질에서 풀러나「버스」에 탈때도「호텔」전속「호스티스」들은 얼굴을 똑바로 들었으나 요란한 옷차림과 화장을한 30∼40대여인들은 하나같이「버스」의자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포악한 성격…애인변심해 고민(이철용) 부모사랑 모자라 침울한 성격(정원직)>

<범행동기>
범인 정은 27일 새벽3시30분쯤 수사관과의 통화에서『부모의 돈을타서 공부하다가 입대했다. 사귀던 여자가 있었으나 나를 상대하지않고 다른남자에게 시집을 가 불만이다』고 범행동기를 말했다.
범인이는 1년동안 동거하던 여자가 입대후 대구지방으로 시집갔다는 말을 전해 듣고 평소 고민해 왔으며 정과 함께『너와나는 서로 같은 입장이다』면서 평소 자살할 뜻을 비쳤다고 경찰관계자가 전했다. 이의 가족들도 이가 사귀던 여자가 결혼한뒤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또 정은 완고한 부모슬하에서 따뜻한 부모의 사랑을 받지못한 나머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인바 휴가에서 돌아온 이의 꾐에 빠져 행동을 같이하게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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