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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재항소심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신문>김재규
◇이병용변호사
▲검찰조서에 보면 피고인이 범행전 경계석에서 김계원피고인과 얘기할때『오늘 해치워버릴까』라고 말하자 김피고인이 고개를 끄덕끄덕했고, 또『형님, 뒷일을 부탁합니다』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거렸다는데.
-그것은 김계원피고인과 얘기하는 도중에『차실장이 강경해서 야단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나온말이다. 이때『해치워버리겠다』라는 말의 뜻은 총으로 쏜다는 뜻이 아니고 술자리에서 술을 퍼부어버린다든지 망신을 준다는 뜻으로 한말이다. 나는 이번 거사를 김실장과 사전에 모의한 일이없기 때문에 김실장은 내가 그날밤 차실장등을 어떻게 하리라고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범행후 김실장에게『보안유지를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는가.
-그렇다. 김실장은 못볼것을 봤기때문에 김실장을 사살하기 전에는 보안이 어려울것같아 그렇게부탁했다.
▲대통령의 유해가 그식당에 그대로 있는것이 보안유지를 위해 바람직한가, 아니면 병원으로 옮기는것이 바람직한가.
-내생각으로는 대통령의 유해가 식당에서 나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했다.
(법무사,『1심때의 신문과 같은 내용』 라고 신문을 정지시킴)
◇강신왕변호사
▲오늘 진술은 피고인이 공개법정에서 할수있는 마지막 진술이다. 마음에 품고있는 것을 말해달라.
1심조서 가운데 2백26「페이지」를 보면 피고인이『78년 3번째 건의했고 금년7월 왜곡보도된 국내문제에 대한 외국신문의 기사를 보고했다』라고만 되어있는데 그내용을 자세히 말해달라.(이때 법무사는 피고인의 전직이 중앙정보부장이므로 국가보안및 기밀사항에 대한 질문을 삼가라고 주의)
재판장을 비롯한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내가 충분히 진술할수있는 보장이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부하들에 대해 할말은.
군대명령은 선택적으로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정경비원들은 하사관과 같다. 이념과 생각이 없이 졸지에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그러한 상항을 참작하여 그들을 살려달라.
◇재판장
▲피고인이 박대동령의 신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유성옥>
◇김홍수변호인
▲피고인이 몇자루의 총을 주방에서 회수했는가.
-2자루였다.
▲그총들의 주인은 누구였나.
-한자루는 청와대경호원 박상범의 것이었고 다른 한자루는 주인을 모르겠다.
▲당시 뚱뚱한 사람(차실장)이 살려달라고 말했는가.
-여기저기서 소리가 났기때문에 누가 무슨 소리를했는지 모르겠다.
▲주방에는 몇명이나 있었는가.
-경호원3명, 식당경비원2명, 조리사등 6명이 있었다.
◇안동일변호사
▲월남전에 참전했는가.
-소대선임하사로 근무했다.
▲거기서 죽을 고비를 3번 넘겼다는데.
-그렇다. 한번은 출동중 적이쏜 총에「헬기」가 추락, 적들에게 포위됐다가 탈출했으며 한번은 도하작전때 총상을 입어 엄지손가락을 날렸고 다리에 관통상을 입었다. 그래서훈장도받았다.
▲중정운전사로서 근무수칙은 경비원과 같은가.
-운전사는 별개다. 상관의 지시만 이행하면 된다.『잘듣고 말하지 말라』는 부장님의 특별지시가 있었다.
◇검찰관신문
▲부장의 지시라면 집에가서 가족을 죽이고 오겠는가.
-나도 사람인데 그럴리가 있는가.

<변론>김대규
◇김제형변호사
이 법정분위기에서는 변론할 생각이 나지않는다. 사건개요만 간단히 말하겠다.
1심에서부터 변호인단은 이 사건의 중대성을 지적하고 재판진행에서 적법절차보장을 강조했다. 사건후3개월도 채 못돼 사실심으로는 최종심인 항소심결심을 맞게되어 무리한 재판이오류를 낳을까봐 우려된다.
10·26사태뒤 정부와 공화당이 유신헌법을 고치겠다는데 앞장서고있다. 새민주헌법제정은 이제 필지의 사실이되고있다.
지금 80년대의 문턱에서 민주발전을이룩하자는 희망에 온 국민은 부풀어있다.

<김계원>
◇이병용변호사
내란목적살인을 단순살인으로 바꾼 검찰부의 공소장변경에 감사한다.
두사람이 정원경계석에 앉아 차실장제거를 한두마디의 상의로 간단히 결정한다는 것은 대통령비서실장과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할짓이 아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두사람은 그직책에 어울리지않는 형편없는 사람들이다.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끝까지 검찰이 이것을 고집하는것은 이만저만한 사실호도가 아니다.
사건후 피고인의 사태수습이 어떻단 말인가. 무엇이 잘못됐다는 얘기인가. 올바른 이성을 갖고 할수있는 최선의 처신을했다.
현장에 있던 4명중 2명이 죽고 2명이 살아남았다고해서 죄가 되느냐.
기록을 보면 그렇게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침착하고 냉정하게 사태를 수습, 처리해 냈다. 그것을 잘못 처리했다면 엄청난 결과가 일어났을 것이다.
『너는 현강에 있었으면서 왜 안죽었느냐』『그러니까 범행에 가담·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논리는 유치하고도 소박한 원시적 심판원리다. 문화국가에서 이런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심사숙고해서 판결해달라.『왜 김재규를 체포하려고 노력안했느냐』고 하는데 체포가 급한것이 아니라 사태수습이 더 중요했다. 일은 이미 벌어졌던것이 아닌가. 또 일반 시점인 체포와는 격이 다르다. 상대는 현직 중앙정보부장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그때 그상황에서 그이상 잘 수습할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때 신학량법무사가『항소이유서에 모두 나와 있으니 중복을 피하라』고 경고했고, 이변호사는『법리적인것만 있지 정상부분은없다』고 응수)
차실장이 오만불손하다는것은 피고인도 김재규피고인과 똑같이 느꼈지만 내가 만나본 피고인의 인품으로 봐서는 절대 살해를 공모할 사람이 아니다.
피고인은 내란미수 중요 임무종사자로도 기소돼있다.
그런데 김재규 피고인도 진술했듯이 피고인은 김재규피고인의 보안유지요청을 무시하고 각하를 병원으로 옮겼다. 무죄를 요청한다.
◇김수용변호사
정원경계석에앉아 차실장살해공모를 했다는부분은 있을수 없는얘기가 아닌가.
피고인이 청와대에서 총리·내무·법무장관등 국무위원을 소집한것만 봐도 내란목적이 전혀 없었던 것이 명백하지 않은가.
피고인이 사태수습을 않고 바로 발설했을 경우 틀림없이 시가전이 벌어졌을것이고 전방도 소란했을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이자리에서 재판을 받을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남의 말하기는 쉽다. 시비를 가리는 것, 잘못을 지칭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자기가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깊이 통찰해서 재판을 해달라.
박선호
◇강신옥변호사
항소이유서를변론에 원용한다.
이기주·유성옥
◇안동일변호사
오늘 아침 10시까지 증거신청·신문요지·관련피고인에 대한 신문사항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긴받았다. 그러나 기일이 촉박해 제대로 할수가 없었다.
재판부가 이같은 요구를하고 기일을 어겼을 경우 증거신청등이 없는 것으로 간주, 그냥 넘어가려하는데 이같은 절차는 군법회의법에 없는 절차이고 재판의편의상 이뤄진 소송경제적인 측면에서 강행하려는것일 뿐이다. 너무 급속한 재판을 하고있다.
아무런 법적근거도 없는것이 아닌가(이때 신학근법무사가 증거신청은 추후결정, 통보하겠다고 고지했다며, 안변호사의 변론을 반박).
『차상급자의 명령을 따르는것은 상식이며 정의다』라는 박선호피고인의 말처럼, 또『중앙정보부는 군대이상의 명령계통조직이다』라는 김재규피고인의 진술처럼 피고인들이 그같은 처지에서 복종이외 어떤 행동을 취할수 있겠는가.
그 상황에서 선택적으로 명령을 받아들일 여유가 있었겠는가.
사실심으로는 이 재판이 마지막이다.
사실과 증거조사를 충분히해서 후세에 한점 부끄럼없는 공정한 재판이 되도록 해달라.

<김태원>
◇김홍수변호사
시체검안서·현장검증조서등 기록을 보면 차실장이 죽은후 피고인이 총을 쏜것으로 되어있다.
여자증인 손금자양(가명)이 들었다는 신음소리를 갖고 재판을 하려한다. 그런데 그 신음소리는『어떤사람은 들었다』『어떤 사람은 안들었다』고 한다. 6∼7발의 총성후에도 신음 소리가 들렸다는 막연한 얘기를 증거로 살인죄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
김용섭등이 쓰러진 곳에는 5명이 있었으며 2명은 살아났다.
신음소리가 누구 신음소리였는지 어떻게 분간할 수 있단 말인가.

<유석술>
◇김성엽변호사
피고인의 행위는 첫째 증거은닉이 아니다. 먼저 묻고 신고를 했다. 둘째 피고인이 묻은것은 실제로 권총1정뿐(범행사용권총의경우)이다. 따라서 피고인은 무죄다.

<최후 진술>

<김계원>
충성스럽게 각하를 보좌하지 못한 불충한 몸이 이자리에서 새삼스럽게 할말이 있겠는가.
이같은 엄청난 국가적비극이 이나라에서 두번 다시 일어나기 않도록 사건의 진상이 진실대로 판명돼 후세에 남도록해달라.
검찰의 공소장변경은 만시지탄이지만 고맙고 기쁘게 생각한다.
공경한 재판을 진행, 부디 내가 승복할수 있는 판결이 나오길 바란다.

<박선호>
정보부에 그동안 근무하면서 존경하는 부장님을 모신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부장을 원망하거나 비난해본적이 없다.
부장님이 이나라와 민주주의를 위해 청와대를 들락거리며 간혹 내게 하는말은 나로하여금 세상과 국가를 바로보게 할 수 있는눈을 뜨게해줬다. 그런기회를 갖게 된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같은 상황에서는 누구나 나같은 행동을 할것이다.
지금 나에게 또 그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는 똑같은 행위를 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궁정동일대의 건물은 모두 내가 관리한다. 부장의 뜻도 안그런줄알았고 사살목적이었다면 내가 앉아서 부하에게 지시만해도 가능한 것이다.
부장의 뜻이 각하를 납치하는 정도인줄만 알았고 명령대로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정인형을 살리지 못한것이 못내 애통하다.
그렇게 될줄(죽을줄) 알았으면 내가 피했을걸 그랬다.
내 부하는 아무 뜻도 모르고 지시대로 했을 뿐이다. 부장의 지시대로 안하면 부장혼자서는 위험하겠기에『한쪽으로 몰라』고 지시를 했었다. 그런데 부하들이 지금 나와 같이 이자리에 있다. 그것이 가슴 아프다. 관대한 처벌을 해달라.
그 집은 각하만이 전용하는 건물이다.
각하는 평균 한달에 10번은 왔었다. 나는 그같은 직책때문에 연중무휴로 근무를 했었다.

<이기주>
6년간 중앙정보부에 근무하면서 장관의 명령에는 항상 목숨을 바쳐 따른다는 정신으로 근무를 했다.
내가 이렇게 된것에 대해 사실 상관을 원망한 때도 있다.
그러나 나를 신임했기에 그같은 일을 시켰다는 생각으로 위로를하고 이를 자랑tm럽게 생각한다.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관대하게 처벌해달라.

<유성옥>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재판장이 귀치료를 해줘 감사를 드린다.

<김태원>
이같은 최후 진술기회를줘 감사하다.
경비원수칙에 따르면 우리의 임무는 적으로부터 우리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다.
상황이 어떤 것인지 판단할수 없는 상황에서 명령을 받고 따랐다.
그들이(경호원)살아 있었다하더라도 쐈을것이다.
6∼7발의 총성을 듣고도 차실장의 신음소리를 들었다고 증인들이 진술했다.
살아 있었다면 신음소리를 듣고도 내가 쏘지 않았겠는가. 신음소리를 못들었다. 죽어 있었다.

<유석술>
상상도 할 수없는 일을 당하고 갑자기총을 묻으라고 해서 영문도 모르고 총을 받아 묻었을 뿐이다.
내옆에는 남사무관도 있었다. 그들이 능히 알아서 잘 처리할 줄 알았다.
너그럽게 처리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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