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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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 춘추시대의 병서『손자』에 「용간」이라는 말이 있다. 간첩의 이용방법. 바로 이 용간에 따르면 간첩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향간·내간·반간·사간·생간. 이들이 저마다 암약을 하는데 손무(고자)는 그 방법을 「신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향간이란 적의 고을사람을 이용하는 경우, 내간은 적의 관리나 군사를 꾀어 이용하는 경우, 반간은 적의 간첩을 잡아 역이용하는 경우, 사간이란 간첩에게 거짓정보를 주어 적을 혼란시키는 경우, 생간은 적지의 정보를 갖고 되돌아오는 경우.
손무는 이 간첩들의 활동을 『미재미재』라고 몇 번이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미묘하고도 미묘하다는 뜻이다.
2천5백여 년 전의 용간은 오늘에도 세계의 도처에서 신기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강대국 사이의 첩보전은 숨막히는 긴장과 미묘의 연속이기도 하다.
2차 대전 때 소련간첩 「R·조르게」의 사건은 너무도 유명하다. 일본에서 활동했던 그는 소련을 침공하려는 독일군의 동태를 낱낱이 추적하고 있었다. 194l년5월12일, 독일이 소련을 침략하기 5주일 전이었다. 「조르게」는 독일 군 1백7O개 사단병력이 소련국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바로 6월20일 「모스크바」를 향해 이들은 일제공격을 개시할 것이라는 정보를 알아냈었다.
그 무렵 주일 독일대사관원이었던 「조르게」 는 정치학박사로 위장, 「나치」당적까지 갖고 「동양통」으로 자처하고 있었다. 독일 조야의 신임이 두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밀적으로 「조르게」는 소련공산당중앙위원회 기밀부원으로 「코민테른」의 대일 첩보기관에 고용되어 있었다.
결국 그의 활동은 역시 「스파이」용의자였던 일본여자의 폭로에 의해 드러나고 말았다. 일본은 끝내 그를 처형했다.
그러나 현대의 국제법은 기묘하게도 간첩을 묵인하고 있다. 1907년 「헤이그」에서 체결된 『육전의 법규관례에 관한 조약』은 교전자의 작전지대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간첩은 처벌을 금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 각 국들은 자국 법에 의해 처벌할 수도 있는 근거를 만들고 있다.
한편 현대전에선 간첩의 활동이 고전적인 재래전 때와는 달리 그 이용가치가 줄어들고 있다. 군사 초술이 너무 정밀해 고도의 비문지식이 필요하고 위성이나 전자첩보가 워낙 발달한 때문이다.
요즘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소련의 「내간」도 비슷한 경우인 것 같다. 그러나 남의 틈새를 엿보는 일이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나라 사이에도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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