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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금리의 인상 조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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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일에 발표된 환율·금리의 인상조정을 주제로 한 경제대책은 종합적인 경제안정대책이라기보다는 부분적 정책변경이라는 인상을 씻기가 어렵다.
정부는 어려워진 국제수지의 개선을 위한 수출증진, 고용유지에 목적을 두고 환율에 손을 댔으며 저축유인을 조성하려는 뜻에서 금리를 올렸다고 설명하고 있다.
올해 경제운용계획에서도 나타나고 있듯이 3내지 5%정도의 성장감속은 실업율의 상승을 동반할 것이며 특히 수출신장율의 기조로 수출산업의 가동율이 저하할 경우,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환율의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또 금리는 금융긴축에 따른 자금경새의 돌파구로서 시중유휴자금을 은행창구로 끌어들인다는 단순한 목적의식에서 인상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율·금리의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할 때, 정책최우선 과제인 안정기반구축을 포기하면서 까지 꼭 이같이 부분적일 수 밖에 없는 충격요법을 써야했던 것인가에는 의문이 없을 수 없다.
유가나 국제경기의 침체 및 무역환경의 악화 등 불확정요인이 널려있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정책동인을 바꾼다는 것이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두리라는 자신을 갖고 출발한 것인지 묻고 싶다.
오히려 국내외 경제동향의 추이를 주의깊게 분석하고 난 다음, 하반기에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였을 것이다.
이번에 단행된 환율·금리의 인상은 정부가 바라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질의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환율인상은 수출증대에 단기적으로 기여할지 모르나 물가, 즉 국내균형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환율인상이 수출촉진효과를 지속하는 것은 6개월 정도라는 것이며 그 후는 국내물가의 상승이 수출력을 잠식하여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만다는 것은 지난날의 경험이나 관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수출증대의 명분도 알고 보면 설득력이 미약하다.
KDI의 분석으로는 금년의 상품수출인 계획액이 수출 1백7O억「달러」, 수입 2백22억「달러」로 52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되지만, 환율을 30% 올리면 수출은 1백72억「달러」로 2억「달러」가 느는데 비해 수입은 2백30억「달러」로 8억「달러」가 증가함으로써 적자폭은 오히려 62역「달러」로 확대된다고 시산하고 있다.
반면 국내물가에 대한 평가절하 파급도는 도매 71%, 소비자 93%로, 20%의 환율인상만으로 도매 14%, 소비자 물가는 18% 오른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환율인상은 물가 안정을 파괴하여 국민의 광범위한 부담증가를 초래할 뿐이며 수출증대와 실업율 축소에는 별로 공헌하는 바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세계경기의 후퇴로 보호주의 경향은 점차 강력해져, 금년의 세계무역은 물량증가율이 2%선에 그친다는 전망을 놓고 볼때 올해의 정책방향은 대내균형·안정기조를 정착시키는 쪽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소망스러운 것으로 논의되지 않겠는가. 국내물가를 안정시켜야만 장기적으로 수출경쟁력이 배양된다는 평범한 원리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가불안은 종국적으로 생산·소비활동의 위축을 초래하여 고용면에도 「플러스」는 안 뇔 것이다.
환율과 함께 금리를 올린 것도 물가에는「더블·펀치」로 작용할 염려가 있다.
금리인상이 종전보다는 강하게 저축유인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가계의 여유자금에 국한된 것 일뿐이다. 그보다는 기업의 생산「코스트」를 높여 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리면서 한편으로는 최종제품의 가격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현행 금리체계도 국제적인 수준에서 보면 월등히 놈은 고금리여서 한국상품의 국제경쟁력올 약화시키고 있으며 각종「코스트」를 올려놓고 있다.
가뜩이나 무거운 금융비용에다 더 이상의 과중한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환율인상과 마찬가지로 국내균형을 해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과 같은 환율· 금리 등 부분적인 정책수단의 손질은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더 많은 것이며 이는 종합적인 경제정책의 테두리 안에서가 아니라 기엽적인 부분만을 시정하려는 자세에서 연유하는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경기후퇴와 「인플레이션」의 진행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그러므로 물가의 고삐를 잡아 경제안정을 선행시키느냐, 아니면 모든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경기진작에 나설 것이냐는 다분히 선택적이 필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환율·금리의 인상으로 질폐면에서 근원적으로 물가상승요인을 조성해 놓고 이제부터 임금억제 등을 비롯한 물가대책을 시행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의도대로 매듭이 쉽게 풀릴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오늘의 상황이 매우 비관적이다.
따라서 내외균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탄력적으로 선택하여, 과감히 시행에 옮길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금융면에서 금리인상으로 금융대산선호도를 높였다면, 재정면에서는 긴축집행을 기조로 삼아, 조세의 압박을 덜어줌으로써 국민경제에 활력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금리의 각종 국공채를 활용함으로써 대기성 자금을 흡수하는 통로를 다양화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환율·금리조정이 안정기반을 뒤엎지 않도록 재정·금융면의 보완은 물론이고 산업·무역·소비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물가안정에 전력을 쏟아야 된다는 것이다.
물가안정만이 정치·경제·사회안정에 이르는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길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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