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중공 연합과 북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란」 의 미국이탈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소련의 무력침공을 계기로 미·일·중공 3국은 급속한 반소련합으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공 사이에는 이미 소련의 팽창주의를 공동저지하기 위한 군사협력관계가 개시 되었고, 미·일 양국의 정부와 의회일각에선 태평양공동체 창설 기운이 대두되고 있다한다.
이 새로운 연합세는 중공에 대한 소련의 육상공격을 방지하고 일본 주변과 서태평양에 대한 소련의 해상진출을 저지함과 아울러 동남아에 대한「베트남」의 팽창주의를 억제하는데 공동의 대항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와 밀접히 연관돼 있는 한반도의 균형과 안정을 어떻게 보장하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이 만약 미·일·중공 연합의 안정전략에 순응하는 자세를 보이기만 한다면 문제는 그리 복잡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하여 미·중공 접근을 반한적 대미접근의 호기로 잡아 한반도 내부의 현상「안정」이 아닌 현상「타파」를 기도하고있는 것이다.
중공 역시 한반도에서의 전쟁재발만은 바라지 않는 듯 하면서도, 또 명분 여하에 따라서는 한반도의 남북한균형과 공존상태를 환영할 법도 한데도, 북한의 그런 자세를 철회시킬 능력은 없는 처지다.
중공이 기껏 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섣부른 무력남침을 자제하도록 권유하는 정도이지, 그 이상의 요구는 북한의 친소화 등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그런 이중전술-즉 한반도「밖」에 있어서는「미·중공 연합」에 편승해서 대미접근을 추구하고, 한반도「안」에서는 한·미 유대를 단절시켜 남한의 적화흡수를 추구하는-에 직면해서 미·일 등 우방과 한국은 과연 어떤 북한대책 내지 한반도 안정책을 설정해야 할 것인가.
이 지난한 과제와 관련해서 그 어떤 파격적인 특효약은 물론 있을 수 없다. 단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 등 공산주의자가 가장 관심있게 경청하는 것은 오직 상대방의 「힘」뿐이라는 점이다.
북한에선 태도를 바꾸려하지 않는데도 공연히 이 쪽에서 먼저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느니 철수한다느니 하는 것은 북한을 현상안정쪽으로 유도하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이 쪽의「힘」이 줄어들었다는 오판을 갖게 만들어 그들은 더욱 더 현상타파쪽으로 집착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때문에 미국이 진심으로 「아시아」에서의 대소전략을 강화하고 한반도의 균형을 유지하며 북한에 대한 이쪽의 대화기반을 강화하려 한다면 주한미군과 대한방위지원을 최대한 증강해야 할 것 임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런 연후에 그 강력한 「힘」의 기초위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파상적인 정치외교적「이니셔티브」에 의해 선도되는 우리측의 탄력적인 대화제의(스트림 오브 프로포셜)들이 북한측에 계속 분출돼야 할 것이다.
이 『힘에 기초한 대화선도』 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고더의 정치적 역량 강화가 바로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80년대 과제의 하나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