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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석유위기」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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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8년말 「이란」혁명을 계기로 일어난 제2석유위기는 세계경제를 파열로 이끌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값은 올랐지만 양에는 걱정이 없었던 73년「오일·쇼크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가격인상에다 물량부족이라는 이중고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원유시장은 하반기에 들어 문제가 됐던 「이란」의 생산량이 늘어나 하루50만「배럴」의 원유가 남아도는 등 물량은 넉넉했음에도 불구하고 값은 계속 오름세를 보여왔다.
원유의 산보가격인 「스포트」(현물시양)시세는 지난해 6월의OPEC총회직후에 「배럴」당 31「달러」로 올랐으며 현재는 40∼45「달러」까지 거래되고 있다.

<비산유 개도국이 큰고통>
공시가보다 「배럴」당 10「달러」정도 높다. 「로테르담」「싱가포르」「런던」을 중심으로한 「스포트」시장의 원유거래양은 계속 늘어나 종전에 세계석유공급의 2∼3%밖에 안됐던 것이 작년 평균으로 보아 약15%까지 높아졌고 12월에는 무려 30%에 이르렀다.
「메이저」를 중심으로 했던 구질서가 무너지고 새질서가 이륙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현물거래가 늘어난다는 것은 석유불안을 그대로 입증하는 것이다. 산유국들은 공시가보다 10∼20「달러」더 받을 수 있게 되자 석유를 점차 현물시장에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지난해 생산원유의 4분의1을 현물시장을 통해 팔았으며「알제리」「나이지리아」「이라크」등 많은 산유국들이 이제까지의 주공급「루트」인 계약원유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있는데 이 추세는 앞으로 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사우디」를 제외한 산유국들이 6월에 결정한 원유판매 공시가격을 깨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이는 0PEC「카르텔」체제의 가격통제력이 사실상 무기력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른바 유가의 자유방임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길게보아 60년대의 석유공급 과잉시대에서 70년대의 기조전환진흥기를 거쳐 80년대의 공급부족시대로 근본적인 족회를 하고 있다. 「이란」사태는 이런 기조전환을 촉진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역사적으로보아 석유부족이 심화되면 다른 「에너지」가 개발될 것이지만 그때까지는 세계각국, 특히 석유가 나지 않는 개발도상국들이 큰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80년엔 그 시련의 흑독한 첫해가 될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1백일분 이상의 석유를 비축해놓고 있어 큰 고통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석유의 공급부족에다 이제까지 석유수급을 주도해온「메이저」의 힘이 약화되고 산유국의 직거래가 늘고 있다는 것도 석유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메이저」를 「루트」로 해온 석유의 기본유통질서가 붕괴되고 아직 새질서가 정착되지 않고 있는데서 오는 혼란도 심하다.
6년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20개석유자본의 원유공급량은 세계수요의 80%정도였으나 현재는 50%정도에 불과하다.

<하루 백만배럴 모자랄듯>
이로인해 산유국과 소비국이 직접 연결되어지는 DD(직거래)나 GG(정부간거래)가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은 그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실정이다.
직거래라는 것은 사실상의 경제원리보다는 정치적 선린관계나 산유국에 공장을 지어주는등 경제협력의 정도에 직결되어 있다.
정치적 선린관계나 경협증대는 하루아침에 이룩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현재 직거래는 계약기간이 길어야 1년정도인데 점차 기간이 짧아지고 있어 석유의 안정적 공급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또 하나 석유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은 산유국들이 경제적 여유가 생겨 감산정책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78년초까지만 해도 OPEC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이 재정수입증대의 필요때문에 어떻든 석유를 팔아야 했으나 지금은 형편이 다르다.
지난해 OPEC제국의 재정흑자는 4백50억「달러」에 이르렀으며 금년엔 1천억「달러」가 넘을 전망이다. 「이란」만해도 급격한 공업화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석유판매대전의 증가가 필요했으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벌써 석유감산이 앞다퉈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말 석유가인상을 최소로 줄이려고 노력했던「사우디」도 올해부터는 하루생산을 1백만「배럴」줄여 8백50만「배럴」을 생산하겠다고 공식선언했으며「쿠웨이트」는 하루2백20만「배럴」수준에서 올해는 유전유지의 최소수준인 1백50만 「배럴」까지 줄일 계획이다.

<배부른 산유국 다퉈 감산>
마찬가지로 「나이지리아」(10%감소)「베네셀라」(10%) 등 대부분의 OPEC회원국들이 감산할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각국이 석유감산을 계획하는것은 작년같은 추세로 석유생산을 계속할 경우 세계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퇴보다 공급량이 남아돌아 가격이 떨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의 앞다툰 감산 때문에 올해 자유세계의 석유수급의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석유공급은 수요에 비해 하루30만∼l백30만 「배럴」정도 모자랄 전망이다.
『석유의 수급전망은 몇 달 후의 일기예보를 하는것과 같다』는 얘기가 있듯이 확실한 수급상황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러나 본 흐름으로 보아 석유는 모자라고 가격은 계속 오를 전망이 짙다. 지난 12월17일부터「베네셀라」「카라카스」애서 열린 OPEC총회는 사실상 석유가격의 방임시대를 열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온건국인 「사우디」가 회의전에「배럴」 당24「달러」(인상율33·3%) 로 인상을 선언함으로써 유가의 최하한선이 결점정고 이어「이란」이 5「달러」를 올려28·5「달러」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강경국인 「리비아」「알제리」등은 3O「달러」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현수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기준가에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제도를 만듦으로써 사실상 유가인상의 상한이 철폐되었다.
석유가는 지난해 20「달러」시대에서 올해 3O「달러」시대를 맞았다. 올해 자유세계의 석유소비가 지난해와 같이 하루5천2백만「배럴」수준이라고 가정할 때 유가의 인상으로 인한 석유소비국의 추가부담액은 하루 5억2천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현물법래가 올해는 더욱 심해져 세계석유공급의 50%정도가 현물시장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석유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에너지」불안이 점차 만성화·노골화 해질 것에 대비, 각국은 LNG (천연「가스」)·태양 「에너지」·조력·풍력·원자력등 되도록 석유소비를 줄일 수 있는 대체 「에너지」개발에 부심하고 있으나 당장 이룩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체 「에너지」로 가장 실용성이 있는 천연 「가스」의 경우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선진 여러나라들이 이미 7O년초부터 개발에 착수, 실용단계에 들어가고 있는데 막대한 시설투자와 기술적 난점때문에 실제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1일 5억여불 추가부담>
우리나라는 지난해 1억9천6백60만「배럴」의 석유를「사우디아라비아」(57·5%)「쿠웨이트」(30·5%) 「이란」(7·7%)「카푸치」(2·3%) 「인도네시아」(2%) 등지에서 들여왔다. 올해에 필요한 석유량은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2억2천8백만 「배럴」로 잡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원유도입중 81·4%를 「메이저」로부터 공급받았으며 나머지는 정부간 직도입분(하루「사우디」5만「배럴」,「이란」3만 「배럴」「인드네시아」1만5천 「배럴」) 과 「스포트」 시장에서의 구입으로 충당했다.
현재 「메이저」중「걸프」가 하루10만「배럴」의 원유공급을 1일부터 삭감한다고 통보했으며 「이란」의 GG분 1만「배럴」「인도네시아」1만5천「배럴」의 도입이 어렵게 됐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거의 전적으로 「메이저」에 의존해왔으나 「메이저」 주도의 유통체제가 붕괴됨으로써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유가의 인상으로 연간60억 「달러」에 이를 석유논입대전의 조달도 문제지만 당장 그전에 수요물량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가 당면문제로 등장했다.
온국민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대륙붕개발은 과연 석유가 나오느냐 하는것이 아직 미지수이고 설혹 석유가 있다해도 실제 캐서 쓰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에너지」절약도 우리나라「에너지」소비의 75%가 산업용이라는 점에서 산업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어떻든 금년은 전세계적으로「에너지」시련을 겪게 될 것이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으리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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