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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문화재보호법」|국보급 해외유출 여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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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귀중한 국보급문화재들이 근래에도 외국으로 흘러나가고있어 이에대한 관계당국의 보다적극적인 대책이 요망되고 있다. 중요문화재들의 해의유출사실은 최근 미국의 사설박물관을 돌아보고 온 고미술전문가 유덕환씨가『월간문화재』에 발표함으로써 알려지게 됐다.
유씨는 미국의 개인박물관에 상당량의 한국문화재들이 전시돼 있으며 이들 중 적지않은 양이 몰지각한 골동품「보로커」들에 의해 최근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의 국보급 자기들이 많이 전시되고 있는 곳으로 유씨가 꼽은 사설박물관은「하와이」 「호놀룰루」미술관을비롯▲「샌프란시스」의「브런디지」 재단박물관▲「보스턴」의「보스턴」미술관 ▲「시카고」의 「시카고」미술관등이며「뉴욕」지역에는「메트러폴리턴」박물관·「브루클린」박물관.「뉴어크」박물관등에 적지않은 우리 문학재가 소장되어있다고 밝혔다.
유씨는 이와같이 많은 고미술품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모아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면서 『어쨌든 우리조상의 위대한 슬기가 우리들에게서 천대받다가 해외에서나마 한자리에 모인 것을 보니 반가왔다』고 말했다.
특히 유씨가 우리나라에서 볼수없는 희귀·유일품으로 국보급문화재라고 지적한 명품들을 박물관별로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브런디지」재단박물관=「올림픽」 위원장을 지내다 고인이 된 「브런디지」용의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다. 회청자련당초문매병이 우선 눈길을 끈다. 복잡하지도 않고 간결하지도 않으면서 선명하게 무늬가 그려져있어 가히 1급품이라 할만하다. 룡두사귀연청은 조형도 실존하는 것이 아닌 용두로 만들었고 거북이등에는 대사가 친친 감겨쳐 있는 것이 어떤 영감마저느끼게한다..
책자상감국화문사이유개호는 아름다운 용체에 전통적인 국학무늬를 수놓았고 뚜껑의 손잡이도 아래위로 올려붙인 멋은 또한 특이하다. 운학매병등 수백점의 골동품은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 정도.
▲「보스턴」 미술관=미국안에서 고려청자만을 모아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서 제일 큰곳. 10여개의 매병등 어떻게 고려청자만을 모았는지 감탄할 정도다. 박물관장 「폰테인」씨는 이들 자기 외에도 한국인이 쓴 글씨를 걸어놓고 싶다고 말해 앞으로는 명현의 유묵에도 손을댈 뜻을 비치기도.
▲「호놀룰루」미술관=이조·고려·신라·삼한시대의 유물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게 백자신사련화문귀조각병. 높이2척에 가까운 유백색의 백항아리다.옆으로 양각된 신사거북이 4마리가 선주를 마시기 위해 경쟁이라도 하듯 기어 오르고 있고 아래쪽에는 연꽃이 민화처럼 그려져 있다. 이조 금사리요의 백자각병에 뒷다리를 든 사슴·학·구름·산·나무· 불로초 등을 그린 십장생주병은 한국골동품만이 갖는 독특한 미를 자랑한다.
▲「시카고」 미술관 1급도자기의 수장으로 단연 제일이다. 듣던대로 우수한 국보급자기류가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 그중 청자대나무 주전자는 대나무로 주전자 전부를 양각하고 그속에 세죽을 그려 놓은듯 완벽하고 흠 잡을데없는 「명품」 이다.
이밖에 「뉴욕」 「메트러몰리턴」박물관의 철채백추국화문매병은 국보3백72호로 지정되었다가 일본에 밀반출된 장석구씨소장품 (고려철채백회당초문매병)과 매우 흡사한 국보급 유일품이고 「브루클린」박물관의 책자양각련화문주전자와 「뉴어크」 박물관의 청자상감학추초문매병이 또한 뛰어나다.
이처럼 미국에 유출된 우리의 문화재를 둘러본 유씨는 『하루빨리 귀중한 문화재를 돌려받아야 한다』면서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서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므로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이 우리의 문화재를 구입해 오는 경우 외화의 사용방법에도 문제가 있고 문화재의 가치를 결정할 사정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또 고미술관계자들은 60년 이전의 모든 동산 문화재를 등록하게 되어있는 현 문화재관리법으로도 이들 문화재의 불법해외유출을 막을 수 없는 것은 법 이전에 골동품중개업자들의 양식과 함께 귀중한 문화재는 관계당국에서 서둘러 매입 또는 지정하여 유출을 막는 실질적인 대책이 없는 탓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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