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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안 팔린다|올해 지은 4만가구 중 69% 분양 안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아파트」가 남아돌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프리미엄」을 얹어 팔던 「아파트」가 올 들어서는 서울 여의도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통 팔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건설업자들은 다투어 지어 놓은 「아파트」가 제대로 나가지 않자 내년도 신규건설계획을 망설이고 있다.
올해 「아파트」 건설업자들이 새로 지은 「아파트」는 10월말 현재 등록·지정업자분을 합쳐 모두 4만8백43가구로 작년의 6만2천8백78가구의 65% 밖에 안된다.
그런데도 이 가운데 68.7%인 2만8천69가구가 아직 팔리지 않고 빈 채로 남아있다.
미분양상태는 서울보다 지방도시에 더 두드러져 지정업자들이 건설한 경우만도 서울에 지은 6천3백65가구 중 43%인 2천7백30가구가 분양을 못한 반면 지방도시는 6천6백55가구 중 79%인 5천2백34가구가 빈 채로 남아있다.
「아파트」 건설업자들은 「10·15」 건축규제 완화조치가 내년에 부동산경기를 회생시킨다고 해도 「아파트」 경기에는 별 효험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조치로 45평(전용면적)이상의 대형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으나 수요가 큰 서울에는 택지가 모자라고 지방도시에는 살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의 건축규모도 지정업자들의 경우 서울과 지방에서 5평 미만의 「아파트」 건축량이 25평 이상의 3배나 되어 재매력이 있는 실수요자들을 겨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분양되는 경향도 34, 35평형 「아파트」가 전체 미분양분의 50%를 차지하여 수요가 줄어든데 반해 15평 안팎의 소형 「아파트」가 소화가 가장 빠른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아파트」 업자들은 내년에 어느 정도 살아날 경기도 미분양「아파트」 구매에 흡수되고 나면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N사의 경우 올해 인천에 2백여가구의 「아파트」를 지었으나 분양된 것은 50%도 안돼 내년도 계획을 못 세우고 있으며 서울과 지방에 7백50가구를 건설한 K사도 내년엔 부산에만 3백70가구를 예정, 물량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또 서울과 시흥에 1천4백35가구를 지어 분양을 거의 마친 H사도 올해 짓기로 했다가 중단한 2백가구를 내년으로 미룬 채 「아파트」 경기를 관망하려는 형편이며 D사는 일반분양용은 피하고 사원용만 건설키로 했고 다른 D사는 내년도 건설을 아예 포기했다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57개 주택지정업자 가운데 11월말 현재 22개 업자만 사업승인을 얻었는데 지정업자에게는 「아파트」 부지 매입 때 양도소득세가 면제되고 착공과 함께 즉시 분양할 수 있는 등 특혜가 주어져 있는데도 이같이 사업신청승인을 받은 업체가 적은 것은 그만큼 올 「아파트」 경기 부조를 반영하는 것이다.
「아파트」 건설업계는 이러한 「아파트」 경기의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파트」에 대한 각종 규제조치를 좀더 완화하고 입주자들에게는 장기저리의 융자혜택 등을 주어 구매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3년 내 「아파트」 재당첨을 금지해 온 장부는 이 조치를 완화할 경우 투기가 다시 일어나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하여 전면해제를 주저하고 있다.
최근 「10·15」 조치 이후 새로 분양된 서울 여의도의 부성 「아파트」의 경우 벌써 1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등 성급한 과열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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