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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리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될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최근 모 방송국에서 메디칼 뭐라나 해서 갑상선암 수술에 대하여 기가 차는 방송을 했단다.
필자는 이제 방송을 잘 보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서도 그렇지만 이제는 방영 수준이 하도 저질화 되어서 필자의 정신건강에 좋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블 방송국들이 우후죽순처럼 수 없이 많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저질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은 기라.
"에라이 이놈들아 니네들도 먹고 살기 위해 점점 자극적이 되어 가고 있구나....... 국민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든 튀고 자극적인 걸 내어보내 시청율만을 올리려고 하는 구나 .......국민들이야 어찌되든 말든............."

"방송에도 어떻게 어떻게 해야 이 사회를 위해 공헌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는 사회적인 책임 비슷한 것이 있을 텐데 이제는
그런 것은 헌신짝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그 뭐 메디칼 어쩌구 하는 프로의 본방은 못 보고 Youtube에 올라 온 것을 봤는데 하~~~하~~~하도 어기가 차 말이 안 나오는 기라.
사람 생명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근거 없이 함부로 떠들 수 있을까 싶은 거라.
사람과의 대화에서 기본이 전혀 안되어 있는 사람을 출연시켜 이렇게 시청자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건 시청자를 바보로 알고 우롱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언어 장난 내지 언어 폭력을 마구 휘두른 것이라.
의학 문제에 대하여 출연을 하려면 주제가 되는 문제에 대하여 최소한도 기본 지식은 알고 나와야 할 것 아닌가?
증거에 기초한 학문적인 배경(evidence based) 없이 함부로 내 뱉어도 되는 것인가?
이제 해외 학회에 나가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계의 모든 갑상선암 학자와 의사들은 이 방송 내용대로라면 사기꾼이요 돈에 눈먼 비양심적인 모래배가 되었기때문이다.

방송에 나온 의사분들 중 한분은 진료가이드라인이 최근에야 나왔다고 했는데 이것도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인기라.
최소한 대한갑상선학회에서 내어 놓은 가이드라인을 한번이라도 훑어 보았다면 그런 소리를 못했을 것인데 말이지...
갑상선 진료가이드라인은 2007년에 이미 나왔고, 2010년에 개정판이 한글로 나와 있는데 이것 마져 안본 모양이라.

진료가이드라인은 그냥 적당히 만드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가이드라인은 이미 1996년에 학회에서 내부적으로 만들어 쓰고 있었는데 공식적으로는 미국갑상선학회가 2006년에 발표했고, 2009년에 개정판을 내었다. 2014년 11월에 재개정판이 나올 예정으로 되어 있다.
가이드라인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듯이 몇몇 갑상선 학자들이 우물딱 주물딱 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검증에 검증을 거듭해서 발표한다.
갑상선 진료에 있어서 최소한도로 이것 만은 지켜야 한다고 제시하는 것인데,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 수가 있겠는가?

그동안에 학자들이 경험하고 연구한 데이터가 발표된 전세계의 수많은 연구논문들을 검토하고 검토해서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 공표하는 것인데, 이를 대한민국의 한 개인이 완전 무시해 버린 것이다. 어안이 벙벙하고 정말 필자의 귀가 의심스럽다.
뭐 하나 맞는 내용이 있어야 말이지...........

미국갑상선학회의 가이드라인에 관여한 세계의 관련학회는 무려 17개나 되고, 대한 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의 관련학회는 6개 단체가 있다.
이들 전문 학회를 사기꾼 모리배로 매도하는 방송은 도대체 제 정신인가? 이런 횡포를 부려도 되는 가?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보고 "스님은 돼지 같이 생겼소" 하니 무학대사의 답은 "주군은 부처님 같이 보입니다"고 했단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말이다.

도대체 암치료의 기본 원칙을 모르는 사람에게 바른 말 해봤자 이성계의 돼지로 밖에 안보이게 될 터이니까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노.
혹세무민 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언제나 대중에게 달콤하고 매력적으로 다가 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 "아차 이것이 아닌네......" 하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 버린 것인데 말이지.......

근데 갑상선암의 대부분은 늦게 퍼지는 특징이 있으니까 우선은 치료하나 안하나, 원칙에 위배되는 치료를 하나 원칙에 따르는 치료를 하나 단기 성적에서는 차이가 별로 안나니까 이런 엉터리소리가 우선은 먹혀들고 있으니 이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5년이나 10년만 살고 이 세상 그만 둘거라면 까짓거 둘러치나 매치나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라지 뭐.....

필자는 요즈음 슬프다.
그래도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나 했는데 요즘 돌아가는 모양을 보니까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정상대열에서 약간 비껴 선 사람의 말에 휘둘려 온 나라가 카오스(Chaos)속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우리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될까?

사족: 미국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 작성에 참여한 17개 관련 학회와 대한 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참여한 6개 관련학회를 아래에 밝힌다.

미국: 미국 갑상선 학회, 미국 내분비 학술원, 미국임상내분비학회 연맹, 영국 두경부 종양 연맹, 미국 내분비학 협회, 유렵핵의학 연맹, 유럽내분비외과의사 협회, 유렵 소아 내분비학 협회, 세계내분비외과의사 연맹, 라틴아메리카 갑상선협회, 미국임상내분비의사 연맹, 미국 내분비외과 의사 연맹, 영국 갑상선 학회, 영국왕립 학술원, 미국 포괄적 암 네트워크, 유럽갑상선학회, 유럽 핵의학 연맹

한국:대한 내분비학화, 대한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 핵의학회, 대한 신경두경부영상의학회,대한 병리학회 내분비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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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기자 sohopeacock@naver.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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