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시리즈로 새세계 열어|백병동(작곡가·서울대음대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70년대는 내음악에 하나의 전환점을 가져다준 시기였다. 그때까지의 내 작품경향은 일정의 기법활용에 역점을 두고 있었다.
나름대로 나의 기법을 정립하려고도했고,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면서 내 어법을 탐구했었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초기의 발육부진 현상은 피할수 없었다.
70년에 들어서 재독시에 채험한것들은 작곡의 기법적인것보다는 소리를 다루는 마음이었다.
소리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이소리를 법칙에 따라서 나열하고 중첩시켜야만 생명력이 생기는 서양음악과는 달리 동양의 그것은 소리 자체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소리에 대한 탐구가 나의 과제였다.
따라서 새롭고도 독특한 나의「리듬」을 개발하지않으면 안되었고 미세한 음색의 변화와 함께 마음의 소리라고 할 수 있는 표현방법을 찾게되었던 것이다.
이래서『운』「시리즈」가 탄생된셈인데 말하자면『운』「시리즈」로해서 나의 세계를 발견한 셈이다.
이후 이의 연장선상에놓이는 작품으로『세섭』(「오보에」「클라리넷」「피아노」1971),「비올라」협주곡(1972),「피아노」협주곡(1974)관현악을 위한『정취』(1974)로 발전한다. 특히 후자는 일본의 경도교예학원(지휘산전일남)에의해서 연주되었다.
이러한 경향은『세개의「오보에」와 관현악을 위한「진혼」』(1975)에 이르러 하나의 결실을 본것같다.
좀 취향을 달리하는 작품으로는 세사람의「소프라노」, 세사람의 기악주자, 세사람의 무용수를 위한『실내악』(1973), 열다섯의 인성을 위한,『대사더듬기』(1975), 어린이를 위한 놀이『파랑풍선』(김영태시)(1977)등이 반향을일으켰고, 대한민국작곡상수상작품인『제2현악ㄱ중주곡』(1987),「아크·앙상블」을위한『시나위』(1979)부터는 나의 작품세계도 조금씩 변모하기 시작하는것같다. 80년대를 맞으면서 나도 새로운 세계를 맞을는지? 두고보아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