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정성근 한 명이냐 두 명이냐 … 청와대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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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左), 정성근(右)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진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 말고 박근혜 대통령은 또 하나의 숙제를 안았다. 애초 인사청문회 국면이 시작될 때만 해도 전원 통과를 목표로 내걸었던 청와대와 새누리당이지만 이젠 사실상 한 명을 낙마시키느냐, 두 명을 낙마시키느냐는 선택이 남은 상태다.

 김·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담당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는 11일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갖고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 개최 문제를 논의했지만 보고서 채택은커녕 회의도 열지 못했다.

 현재 김 후보자의 경우는 논문표절과 주식거래 의혹 등으로 여권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도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명분이 없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아직 김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사실상 김 후보자를 끌고 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후보자를 임명했다가는 7·30 재·보궐선거의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여권에 적잖다.

 문제는 정 후보자다. 전날 진행된 청문회 중 위증 논란이 빚어졌다. 정 후보자는 투기를 막기 위해 3년간 부동산 전매를 금지하던 1987년 서울 일원동 기자 아파트를 3800만원에 분양받아 4개월 만에 임모씨한테 8000만원에 되팔았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3년6개월 동안 실제로 살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결국 정 후보자는 “청문회를 보던 아내가 ‘당시 관행적으로 그렇게(전매) 했는데 당신, 왜 기억을 못하느냐’고 하더라.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아파트에 실제 거주했는지 여부 등을 ‘기억’의 문제로 돌려버린 것이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의 교문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김 후보자는 단순히 자질이 부족해서 문제지만, 정 후보자는 다르다”고 반발했다. “오히려 정 후보자를 최우선으로 낙마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청문회에서 위증은 가장 큰 결격 사유”라며 “인사청문회 자리에서까지 거짓말을 한 정 후보를 국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한 당직자는 “여론동향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지만, 거짓말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박영선 원내대표로부터 김명수·정성근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받고서 “잘 알겠고, 참고하겠다”고 했다. 정 후보자의 경우는 이른바 ‘딱 걸린’ 사례다. 그러나 김 후보자에 이어 정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또다시 인사 실패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 추이를 봐야겠지만 정 후보자까지 물러나라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도 “정 후보자가 말을 번복한 것은 잘못이지만, 20~30년 전 일에 대해선 어느 정도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장관은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으로선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김·정 후보자에 대해선 14일께 다시 국회로 보고서 송부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때쯤 박 대통령의 선택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정 후보자 모두에 대한 보고서 송부를 요청할지 아니면 한 명만 요청할지, 또는 아무도 요청하지 않을지 밝혀지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후보자 문제가 돌출하지 않았으면 김 후보자 거취를 놓고 고민을 더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정 후보자 문제가 불거져 김 후보자를 감싸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정 후보자까지 지명철회를 한다면 국정 주도권을 잃게 될지 몰라 부담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권호·허진·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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