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향취 물씬…|제주민요의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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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흰 광목저고리에 검정색 깡똥치마, 머리는 흰수건으로 싸맸고 짚신을 신은 차림의 제주도 소리꾼 5명이 출연한 「제주민요의 밤」이 10일 하오6시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열렸다.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탐라의 향취 물씬한 전래민요 14곡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이들 소리꾼들은 이주옥(55), 이춘원(56), 이명숙(48) 임봉연(45), 이혜순(36)씨.
최근 20, 30년전까지만해도 제주도는 육지와의 교통이 빈번치못해 풍속·언어·인정·생활양식에 있어서 나름대로의 독창성을 지녀온 땅. 더우기 제주사람의 노래인 제주민요는 짙은 사투리와 생산에 연결되는 일노래(노동요)의 성격으로해서 다른고장에서는 볼수 없는 독특한 제주의 숨결로 전승되고 있다.
이날 소개된 제주민요는 제주찬가라고 할 『영수십경가』로부터 『오돌도기』『꽃염불』 『만가』(상여노래) 『해녀노래』『이야옹』등 14곡, 흥겨운 일노래인『밭밟는 노래』『김매기노래』『타작노래』『맷돌노래』등도 함께 소개되었다.
『둥그대 당실 등그대 당실 느도당실 연자방아로갈까나』의 후렴이 노래 한귀절이 끝날때마다 계속 반복되는 『오돌도기』,『날드랑 가드라』(날데리고 가달라)가 후렴으로 반복되는 『해녀노래』등은 탐라의 바다냄새가 물씬한 노래.
『얼럴러러…와와와와…』를 여러번 반복하며 신명나게 사설을 읽어가는『밭밟는 노래』와 『김매기 노래』『타작노래』『맷돌노래』『망건노래』등은 밭을 매고 타작하며 망건까지 짜야했던 전통적인 탐라여인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담은 노래였다.
허벅(물을 담는 입이 좁고 몸체가 큰항아리)을 손바닥으로 두들겨 장단을 맞추면서 부르는 이 민요들은 때로 신명나게, 그러나 대부분 단조로운 가락으로 한사람이 한귀절씩 노래하면 다른 4사람이 후렴을 반복하는 형식으로 되었다.
이날 소개된 민요들은 비교적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것이라지만 노래하는 사람들끼리도 가사가 조금씩 차이가 나 하루속히 전문가에 의해 채집되어 원형이 보존되어야할 필요성을 절감케했다.<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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