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외취업자의 보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필리핀」남부「민다나오」섬의 수력발전소 건설공사장에서 무장「모슬렘」반란군에 의해 납치되었던 한일개발장비과장 신필호씨가 피납 9일째가 되도륵 석방되지 않고 있다.
현지보도를 종합해 보면 그동안 민간인회교도를 통해 회사측이 벌인 협상 결과 그의 석방은 금명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는 되지만,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어서 꼭 낙관만은 할 수 없는듯 하다.
이번 신씨를 납치한 자들이 지난해1월 역시 우리기술자 이화춘씨를 납치했다가 몸값으로 1만5천「달러」를 받고 석방했던「모슬렘·게릴라」들로 지난 7년간 이같은 수법으로 마련한 자금을 갖고 정부군과 맞서싸우그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치적 명분이나 목적같은 것은 우리로서 알바아니지만, 자국의 건설을 돕고 있는 외국인까지 인질로 하여 몸값을 받아내는 비열한 행동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할수 없을 것이다.
모든 정치적「테러」행위가 국제적인 규탄을 받는 것도 그들의 폭력이 비단 이해가얽힌 당사자뿐아니라 민간인, 특히 아무관계도 없는 제3국인에게까지 거리낌없이 미치기 때문인 것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더우기「필리핀」에서 납치되었던 두 한국인의 경우처럼 자기들의 국토를 건설하기위해 땀흘려 일하는 외국인에게까지 납치의 마수를 뻗치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비인간적 행위인 것이다.
지금 우리기술자들은「필리핀」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 수만명이 나아가 일하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어려운 여건속에서 일하고 있는지 이번 사건은 그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는 것올 국민 모두가 깊이 인식해야겠다.
신씨처럼 몸값지불만으로 구출될수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예컨대 북괴의 개입으로 아주 증발되거나 살해되는 경우마저 발생할 소지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건 정부는 해외에 나가있는 우리 기술자몇 취업노무자들이 생명의 위험을 느끼지 않고 안심하고 일할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다.
출국전에 해외파송근로자들에 대한 철저한 보안교육및 해외진출기업체에대한 감독강화는 물론이고, 만약에 대비한 현지정부와의 긴밀한 협조체제도 미리미리 마련해 놓아야할 것이다.
이번 신씨구출을 위해서 정부는 즉각 현지 대사관에 최선을 다하라는 훈령을 내렸고, 한일개발측도「게릴라」들이 요구하는 몸값이 얼마가 되건 인명구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일찌기 밝힌바 있다.
생명의 귀중함을 아는 우리정부나 기업이 취해야할 너무도 당연한 조처였던 것이다.
이같은 불상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필리핀」에 우리 기술자가 가있고「모슬렘」반도가 완전히 소탕되지 않는한 재발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리핀」당국이 만의 하나라도「게릴라」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준다는 구실아래 피납자의 구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을 이 기회에 강조해 둔다.
「모슬렘」반란의 수습은 전적으로「필리핀」자신의 문제다. 그러나 그때문에 우리 기술자들이 더이상 일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것은 두나라 공동의 손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필리괸」의 국가적 위신이 크게 실추되고 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필리핀」정부가 한국기술자들에 대한 보호·보안대책에 만전을 기하도록 외교적노력을 기울일 때는 바로 지금인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