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량 안경「렌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병·의원의 X선기가 대부분 불량품인데다 방사선 방어시설도 제대로 안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방사선공포」의 회오리가 일어난 터에 이번에는 또 엉터리 안경「렌즈」가 대량생산되어 시중에 나돌고 있음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17일 검찰에 구속된 무허가안경「렌즈」제조업자들은 수동식연마기를 사용, 어림짐작으로 「렌즈」원자재를 깎아 「렌즈」를 만들어 왔다는 것으로 「렌즈」표면이 고르지 않고 초점마저 제대로 안 맞아 이 안경을 오래 쓰면 시력이 더 나빠지고 난시현상마저 일으킨다는 것이다.
흔히 「마음의 창」이라 불리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안경이 도리어 시력을 악화시킨다면 이것은 비단 국민보건을 위해서뿐 아니라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일부 시중의 안경점들이 가짜 외국상표까지 붙인 이 불량「렌즈」를 뻔히 불량품인줄 알면서 싸게 사들여 비싼 값으로 고객들에게 팔아왔고, 특히 어떤 유명 점포에서는 직접 「렌즈」공장까지 차려 불량「렌즈」를 공급해 왔다는 사실에 우리의 분노는 한결 더해지는 것이다.
그러한 행위가 비록 직접적으로 인체에 치명상을 주는 것은 아니라 해도 불특정다수에 신체상 위해를 주고 마음의 창을 어둡게 하는 반사회적 작태임은 누구보다도 그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당장 호구지책이 없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도 법은 냉엄한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불량「렌즈」의 폐해를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단지 남이야 어찌되건 나만 잘 살고, 『더 많이 벌면 된다』는 행위이기 때문에 아무런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다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의 광학기기 관계기술도 그 동안 큰 발전을 이룩해서 질이 좋은 국산「렌즈」가 생산되고 있고 그 가운데 연간 30만「달러」상당이 해외시장에 유출되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7백여 점포를 산하에 두고 있는 「대한안경인협회」가 국산안경의 품질향상을 위한 연례적인 교육과 자율정화 기능을 수행해 온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안경이 비단 시력보정을 위해서뿐 아니라 미용용으로도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도 아무런 예속력이 없는 임의단체인 안경인협회에만 업계의 정화기능을 맡겼던 당국의 무사안일주의 또한 마땅히 문책되어야 한다.
얼마전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사이의 여학생 2천2백80명 가운데 3분의 1이 급격한 시력감퇴로 인해 칠판 글씨를 잘 못볼 정도라는 충격적인 연구보고가 나온바 있지만 이번에 들통이 난 불량안경에도 그 원인의 중요한 일단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사부나 공업진흥회 등 관계기관은 안경을 비롯한 국민보건과 유관한 모든 의료기기의 품질관매규정을 하루속히 만들어 불량품이 시중에 나돌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서둘러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안경인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일본안경인협회」의 자율기능을 살려 여기서 발행한 보증서만 있으면 어느 안경점에서도 통용되게 하고 있어 불량품 틈입의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
국민 모두의 좋은 시력이 국민보건의 기초가 된다는 인식을 갖고 안경인들의 자율기능에 맡기건, 당국의 직접개입이건 국민의 시력보호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차제에 강구되어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