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도 없는데 예약 판매…'유령 호텔' 피해 급증

미주중앙

입력

오리건주 세인트 루이스에 사는 유민재(32)씨는 지난 달 30일 체코 프라하로 갔다가 예약했던 호텔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호텔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대형 상가가 있었고, 주변 어디에도 해당 호텔은 없었다. 유씨는 예약을 했던 인터넷 사이트에 제시된 호텔 전화번호로 수 차례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5시간을 헤매며 호텔을 찾던 유씨는 결국 인근의 다른 숙박 시설을 찾아야 했다. 유씨는 "유명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했던 숙소라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예치금 80달러도 날렸다"고 전했다.

최근 일부 호텔 예약 사이트 이용자들의 이같은 '유령 호텔'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소비자보호국(CFPB)의 샘 길포드 대변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6월까지 접수된 호텔 예약 사이트 관련 피해 신고는 1000건이 넘는다. 이중 35% 이상이 '유령 호텔' 피해 사례였다.

길포드 대변인은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렸던 동계올림픽 때 소치로 간 여행객들이 예약했던 숙소가 사라져 예치금을 잃는 일이 많았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또 같은 피해 사례가 유럽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관계 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한국 1372 소비자상담센터 측은 "올해 5월까지 한국인들이 신고한 인터넷 호텔 예약 사이트 관련 피해 사례는 총 107건"이라며 "유령 호텔 피해 사례 뿐 아니라 호텔이 사진과 다르게 시설이 낙후된 경우, 인터넷 예약 취소 시 환불을 받지 못하는 경우, 사이트에 제시한 금액과 실제 결제 금액이 다른 경우 등 피해 사례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예약 대행 사이트들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상담센터는 "예약 대행 사이트들이 해외 사업자라는 것을 악용해 '피해를 당한 여행객이 속한 국가의 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피해자 보상을 거절해 왔다"고 지적했다.

프라하 현지 관광청 직원 마틴 바이엘씨는 "여행객들이 유명 사이트를 믿고 실제 숙소 상황을 확인하지 않는 성향을 노린 이들의 의도적 꼼수"라고 분석하며 ▶예약할 때는 반드시 전화 통화를 하면서 세부 사항 점검할 것 ▶사이트 상에 있는 이용 후기를 꼼꼼히 읽어 볼 것 ▶긍정적인 후기만 있는 경우에는 의심해 볼 것 ▶현지 관광청이나 여행 업체 통해 숙소 추천 받을 것 등을 조언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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