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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악화 하는 10대 비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늘날 우리사회 일각에서 10대의 폭력사태가 빈발하고 갖가지 비행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사실은 비단 청소년문제가 국가의 장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뿐 아니라 당장 시민생활의 안녕을 위해서도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상이다.
지난 9일 밤 서울의 삼각동에서는 10대의 조직폭력배 30여명이 집단편싸움을 벌여 지나가는 시민들에게까지 폭행, 4명의 부상자를 낸 사건이 일어났고, 11일에도 효창공원부근 주택가에서 고교생들이 편싸움을 벌여 1명이 중상을 입은 불상사가 또 일어났다.
여기서 우리들이 각별히 걱정하는 것은 10대의 범죄경향이 갈수록 조폭화·집단화·연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잠재적인 좌절과 울분의 시기- 그래서 10대의 탈선은 관용으로, 또는 애교로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탈선이 도를 지나쳐 칼·몽둥이·쇠붙이 등 흉기를 마구 휘둘러 애꿎은 행인에게까지 칼질을 하는 서부의 무법자 같은 행패를 하거나 50년대의 정치깡패나 「마피아」의 흉내를 낸 조직폭력배의 성격까지 띠게 된다면 사회의 안녕 질서를 위해서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가 되고 마는 것이다. 흔히 10대의 범죄증가는 세계적 추세이고,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필연적인 부산물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갈수록 포악화하는 10대 탈선을 혼탁하고 억지투성이인 기성세대의 투영이라는 사실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 것인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처럼 10대 비행의 본질적 치유책은 10대 자신보다 오히려 어른사회의 모순과 배리를 시정하는데서 찾아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교부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기회 있을 때마다 10대의 탈선·비행을 막기 위한 갖가지 선도책을 써오고 있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성세대는 탈선하면서 청소년들에게는 그런 것을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전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정부나 학교에 앞서 1차적인 책임이 가정에 귀속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부모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면서 자녀들에게만 모범생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난센스」인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의 자녀를 둔 부모일수록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써야되고 끊임없는 대화와 사랑으로 그들을 이끌어주어야 한다.
비행을 저지르는 10대의 상당수가 비교적 생활이 넉넉한 중산층이나 부유층의 자제들임을 볼 때 가정에서의 따뜻한 보살핌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자명해진다.
또 전인교육을 하지 못하고 입시위주 교육만 하는 학교교육에도 청소년탈선의 직접적 원인이 있는 만큼 교육제도전반에 걸친 재검토도 해봄직 할 것 같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정교육·학교교육과 함께 전체적인 사회 교육적 측면에서 다루어지고 발견되어야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회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청소년의 비행을 해결할 어떠한 묘방은 있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행인에게까지 흉기를 휘두르는 폭력행위, 특히 그것이 범죄단체로까지 자라날 소지를 갖고 있는 것이라면 경찰력을 투입해서 철저히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이와 함께 미성년자를 출입시키는 변두리 극장이나 「고고·홀」, 맥주「홀」같은, 그들의 탈선을 부채질하는 온상도 차제에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은 징벌위주의 일시적인 소탕령이나 단속이 아니라 관계 각 부처가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짜내는데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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