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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 위해 석유는 남겨둬야 한다"|본사 장두성 특파원, OPEC 사무총장과 단독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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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일·쇼크」가 있을 때마다 세계의 여론은 OPEC에 쏠려왔다. 그러나 얼핏 가학증상처럼 느껴지는 OPEC의 가격인상과 생산감축이 어떤 동기와 논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별로 듣지 못했다. 그래서 중앙일보는 「런던」주재 장두성 특파원을 「빈」의 OPEC본부로 보내 「레네·오르티즈」OPEC사무총장과 단독「인터뷰」를 마련했다. 다음은 「오르티즈」사무총장과의 회견내용이다. <편집자 주>
-번번이 석유위기가 올 때마다 구미공업국들이 제일 아우성을 치지만 실제로 가장 고통을 받는 측은 한국 같은 신생공업국(NDC) 일 것 같다. OPEC측에서 NDC국가들에 공급면에서나 과중한 외화부담면에서 고통을 덜어줄 배려를 혹시 하고 있는가?
▲고통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OPEC쪽 사정도 같이 이해해줘야 한다. 0PEC가 횡재를 하고있다는 과장된 인상이 퍼져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0PEC회원국들은 가난하다. 개인소득에서 뿐 아니라 국민의 평균수명·유아 사망률·문맹율 같은 보다 정교한 기준으로 비교할 때 한국 같은 중진국보다 덜 발전된 나라들이 OPEC안에는 많다.
석유문제는 물론 낭비가 심한 서방국가들에 큰 책임이 있지만 세계전체의 책임이란 점을 인식해야 된다. 급선무는 소비를 절약하는 문제다.
-앞으로 2∼3년 동안 세계의 석유수급동향을 0PEC자체에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과거의 예로 봐서 석유수급동향을 정확히 전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석유를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문제가 가격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아무리 비싼 값으로라도 석유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절약이 중요하다. 최근 위기이후 공업국들이 절약을 하니까 곧 시장이 안정되고 있지 않은가?
-OPEC는 석유값을 계속 올리고 있지만 더 이상 올리면 대체「에너지」에 시장을 빼앗기게 된다는 의미에서의 석유가의 상한선 같은걸 생각하고 있는가?
▲OPEC의 입장은 대체「에너지」개발비용 수준으로 석유값을 올려 그 선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유한한 세계 석유자원을 아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체「에너지」가 개발되어도 석유를 완전 대체할 수는 없다. 석유제품의 용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공업의 원료는 석유에서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체「에너지」가 개발되면 수송이나 발전시설 등 지금까지 석유를 쓰던 분야를 메워줌으로써 이 유용한 자원의 소비를 줄여 주는데, 그래서 석유와 대체「에너지」가 적절히 병용되는 상태는 석유고갈을 먼 훗날로 미루기 위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3년의 첫 위기가 온 이래로 서방국가들은 대체「에너지」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석유값이 아직도 낮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OPEC는 세계적인 불황을 초래할 정도의 수준으로 석유생산량을 제한하고 걸핏하면 석유값을 올리는 행동을 어떻게 정당화하는가?
▲역사적으로 보면 석유가격은 인위적으로 지나치게 싸게 책정되어 있었다. 73년부터 우리는 이걸 시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업국들이 전후에 급속한 공업성장을 한 것은 싼 석유덕분이었다.
이제 산유국도 적정한 석유가격을 토대로 공업을 육성할 시기라고 본다.
실질가격으로 따지면 오늘의 석유값은 74년 수준에 있다. 예를 들어보자. 10년전 금1「온스」의 값은 석유 10「배럴」값이었는데 지금도 이 등식은 그대로다. 자동차 1「탱크」의 휘발유값은 반나절 노동임금과 맞먹는데 이 수치도 10년 전과 같다.
산유국이 불황을 초래할 정도로 생산을 제한한다는 말은 옳지 못하다. 우리는 각 산유국이 미래의 세대를 위해 매장량을 보호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건 건전한 경제논리에서 나온 것으로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서방측이 말하듯 우리가 석유생산을 감산한 것은 아니다. 「이란」혁명으로 「이란」의 산유량은 줄었지만 79년 초반에 OPEC 전체 생산량은 78년 동기에 비해 5.6% 증가했다.
또 OPEC 이외의 산유국도 6.2% 증산했다.
그럼 그 석유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또 얼마나 증산해야 적정선이 된단 말인가? 서방공업국들은 이 의문에 대답해야될 것이다.
-OPEC는 왕왕 미국인들의 석유낭비를 비난해왔는데 최근 「카터」대통령이 석유수입을 제한하겠다고 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소비를 5%감소하기로 합의한 것 등 일련의 조치가 세계석유시장의 석유수급상태에 균형을 회복시켜 줄 것으로 보는가?
▲석유공급을 줄이는 노력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환영한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상태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수요에는 3가지가 있다. 정상수요와 회사측의 가수요 및 국가단위의 전략적 비축에서 오는 수요가 그것이다. 이걸 총체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끔 미국 쪽에서는 중간석유의 공급원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군사행동을 취해야된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OPEC는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그런 행동을 취하면 전 세계 여론의 규탄을 받게될 것이다.
석유자원이 그런 방법으로 확보되리라고 생각하고 또 석유생산 시설의 취약점을 그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을 위시한 석유수입국에 대해 OPEC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석유를 절약하고 대체「에너지」를 속히 개발하라는 것이다. 석유는 한번 쓰고 나면 다시 재생할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다. 지금 수준으로라면 0PEC의 매장량은 30∼40년 안에 고갈된다.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니다. 고갈될 때까지의 시간을 버는 길은 절약과 대체「에너지」개발밖에 없다 는걸 때가 늦기 전에 절실하게 인식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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