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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법규는 어른이 더 안 지킨다-서울어린이가 본 교통실태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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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작년 서울시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3만5백개건 중의 어린이사고는 3천1백47건, 즉 10·3%였고 치사율은 그것보다 더 높은17·8%였다. 이렇듯 교통사고의 대표적 희생자가 되고있는 어린이들이 본 교통안전실태와 그들이 바라고있는 교통대책은 어떤 것일까.
한국부인회는 서울시내 32개 국민학교생 1천명을 대상으로 교통실태에 대한 설문지를 돌리고 분석결과 보고를 겸한 교통안전 간담회를 26일 상오 교육회관 5층에서 열렸다.
이 「앙케이트」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건너거나 횡단보도라도 푸른 신호가 켜지기 전에 건너는 행인 중 75%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학교 앞에서 「우선 멈춤」 등의 표시만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는 8%에 불과하다.
또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는 대답이 22%, 『어른들이 어린이를 먼저 태워준다』가 12%일 뿐, 나머지는 무질서하게 서로 먼저 타려고 혼잡을 빛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어린이 교통정리에 가장 비협조적인 차량은 자가용(36%)이며 매연차량은 「버스」가 압도적이었다(80%).
간담회에 참석한 조의성군 (서울영화 국민학교·6학년)은 작년까지 전철과 「버스」를 이용해 학교를 다녔는데 『어른들이 자기 갈 길만 생각하거나 텅 빈 전철에서 자리다툼을 하느라고 어린이들이 넘어져 다친적이 많았다』며 어른들의 무질서를 지적했다.
김희연양(서울미동국민학교 6학년)도 세계아동의 해인데도 어린이들은 조금도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원망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경 교통 계 홍성훈 주임은 『어린이보호』는 학교에서의 교통안전교육이 제도 적으로 마련되어야하고 여기에 신호등· 교통표시·어린이보호구역 등 안전보호시설에 대한 당국의 과감한 투자가 더해져 가정·학교·사회간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의 철저한 교통안전 교육의 필요성」은 이날 모임의 초점이 되다시피 했는데 교통문제 전문가 박동진 교수(성균관대)는 바람직한 예로 영국· 「스웨덴」·미국 등의 경우를 들었다.
이들 선진국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교통교육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 우선 「길」에 대한 개념을 익히도록 하고, 국민학교에서는 도로이용법, 그리고 중·고등학교에 가면 자동차운전실기를 의무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약10년전부터 교통안전교육을 교과과목으로 집어넣어 71년부터는 계속 교통사고율이 감소추세에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몇 가지 시설의 보완보다도 사회적 의식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로서 교통법규와 운전에 대한 지식과 철저한 준법정신을 어릴 때부터 습성화시켜주는 것이라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UN이 추정한 세계교통사고발생 평균치의 21배에 달하는 발생건수와 33배에 달하는 사망자 수 등 교통사고 「세계1위」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교통사고 원인의태부분이 피해자과실이라는 불행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어린이교통교육과 사회의 보호력이 일치돼야 한다는게 이번 간담회의 결론이었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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