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 병산제의 실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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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여당이 검토하고 있는「택시」요금의 거리·시간 병산제는 지금까지 논의돼온 병산제에 비해 다소 발전적인 착상인 것 같아 주목을 끈다.
검토내용에 따르면 2분 이상 주행이 지체됐을때 자동적으로 요금「미터」기를 작동시켜 주행이 정지됐을때에 한해 요금을 가산시키되 그 액수는 정부당국이 적정선에서 결정하고 앞으로 전자신호장치나 도로정비가 되는 대로 2분으로 규정된「정체시간」을 단축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안의 검토는 지금까지의 구상보다「정체시간에 한해」, 또 정체시간을「2분」으로 규정한 것 등이 다소 구체성을 띠고 있고 현실을 감안하여 노력한 흔적도 엿보게 하는 것이다.
정책관계자들의 판단으로는 이 안이 실시될 경우 교통이 혼잡한 지대에서 근거리 승객이 즐어 교통체중이 완화되고 운전사들의 추월 경쟁도 줄어 사고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택시」요금의 병산제는 미국·일본등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교통사고의 대부분이 운전사의 부주의, 그중에서도 과속에 의한 사고가 절대적으로 많은 형편에서 이의 시행은 사고예방에 큰도움을 줄수 있을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다.
또 서울 도심권과 변두리지대를 비교해 같은 거리를 운행하는 경우에도 도심권의 교통체증으로 주행시간·유류소모량에서 큰차이가 있는 것이고 보면 이제도는 이같은 모순을 없애는 합리성을 띠고있다.
또 추월경쟁도 즐어 운행질서도 훨씬 나아질게 툴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등 대도시의 도로율이나 도로망의 형태, 신호시설등 도로의 정비상태등 현실적인 여건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 10년동안 도로확장공사를 계속해왔지만 도로율은 9%에서 13.8%(78년말현재)로 겨우 4.8%가 늘어났을 뿐이고 도심부의 반경5km이내를 통과하는 차량은 1일 1백2만대를 넘고있다.
게다가「러시아워」(상오8∼9시)의 경우 도심지를 통과하는 차량은 12만대가 넘고 이중 7만여대가 시내로 들어가는 것으로 도심의 체중 현상은 도시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형편이다.
또 도로구조도「워싱턴」이나「뉴욕」처럼 사통팔달로 뚫려있는 것이 아니고 도심에선 바둑판 모양에 외곽지대에선 방사선형으로 원활한 차량소통이 원천적으로 제대로 될수없게 돼있다.
따라서 이같은 상태에서 시간 병산제를 적용하는 것은 도시구조나 도로망의 비합리성을 그대로 숭객에게 노가시키는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이같이 구조적으로 교통체증이 불가괴한 상황에서 시간병산을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의 요금인상을 뜻하는 것으로 승객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 뻔하다.
또 이 제도로 운전사들이 추월경쟁등은 할 필요가 없게 되겠지만 가만히 앉아 있어도「미터」기는 올라 간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체중을 핑계로 애써 차를 빼지 않을 경우가 늘어 교통체중은 더욱 가중될 것 또한 뻔한 일이다.
이렇게되면 사고예방이란 효과 이상으로 도심지 교통 체중이 가중돼 엄청난 혼잡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무릇 어떤 좋은 방안이나 정책, 또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바람직한 제도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합당한 것이냐는 것은 충분한 검토와 사전준비가 수반돼야 한다.
「택시」의 병산제 같은 것은 특히 서민대중에게 파급영향이 큰 것이다. 조령모개식으로 즉흥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이의 시행에는 보다 깊은 검토와 연구, 확실한 사전대책이 있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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