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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미관 우선, 하수처리 소홀 진해|하 상이 시가지보다 높아 불안 하동|하천부지에 공장·주택 들어서 진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수해 현장의 문제점>
최고 5백10㎜(하동)의 호우가 쏟아져 큰 피해를 낸 영·호남의 수해는 단순한 천재만은 아니었다. 도시미관만을 고려해 하수처리능력을 도외시한 채 하천을 복개(진해시)했거나 54년 전에 만든 둑을 전혀 손질하지 않은 행정당국(하동)의 책임이 컸다. 또 남강「댐」의 능력을 과신하여 하천부지에 공장·주택 등을 세운 것(진주시)도 큰 수해의 한 원인이었다. 수해현장의 문제점을 살핀다.

<진해>
사망 37명·실종3명·중상9명 동 단위지역으론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진해시의 물난리는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소홀했기 때문에 큰 피해를 냈다.
이는 우리나라 중소도시의 도시계획이 대부분 가로 망 정비·주택·상수도·교통시설 등 「눈에 보이는 것」에만 역점을 두고 개발하고 하수도·배수로 등 치수사업은 등한히 해 온 것을 단적으로 노출한 셈.
진해시는 가설시장건립과 군항제행사 때 임시주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시가를 가로질러 흐르는 여좌 천의 3분의1과 대천 일부를 지난 3월 복개해 버렸다.
이 때문에 경사80도의 장복산(해발 5백52m)기슭을 타고 쏟아져 내린 토사가 복개된 하천을 메워 2개의 하천이 범람, 「벚꽃도시」가 물에 잠긴 것이다.
진해시 전체면적의 70%(54.1평방㎞)가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여 재개발사업이 어려웠던 것이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산사태로 18명이 떼죽음 당한 제황산 공원구역 안 주민(1백50가구)들도 수 차례 제황산 배수로를 넓히고 물줄기를 바로잡아 달라고 시 당국에 건의했으나 개발제한지역이라는 이유로 묵살됐다. <진해=김원태·권일 기자>

<하동>
경남 하동읍의 침수피해는 50여 년 전부터 예상돼 온 것이었다.
주민들은 54년 전에 하동읍을 둘러싸고 축조된 하동군 제2방수 제「할매기」둑의 하 상이 시가지보다 높아 비만 오면 언제나 불안에 떨어 왔다.
할매기 둑은 횡천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길이 3천m·높이 4m로 축소됐으나 지리산계곡의 폭류를 막기엔 너무 미약했다.
17년 전에도 이 둑이 터져 하동읍 궁전리 일대 2천여ha의 농경지가 매몰되는 피해를 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관계당국은 원상대로만 복구해 놓은 채 관리보수도 전혀 하지 않고 지금까지 방치해 왔다.
주민들은 이번 제방복구 때엔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하구 있다. <하동=허상천 기자>

<진주>
지난 25일 밤 폭우 속에 진주시민의 10%인 2만 명이 수해를 피해 고지대나 시가지 밖으로 대피했다.
전쟁과도 같은 공포였다.
이는 남강「댐」을 간이「댐」형태로 건설한데다「댐」의 능력을 과신하여 하류지역에 공장과 주택지를 무모하게 조성한 때문이었다.
더욱「댐」하류지역에서 하천부지를 택지로 조성하거나 공장을 유치, 무모한 개발을 해 놓았기 때문에「댐」의 수 문을 열어 놓으면 진주·진양·함안·의령·창령·밀양·김해 등 일부지역은 수해상습지로 변하게 된다.
이 지역의 항구적인 수 방 대책은 남강「댐」의 원류인 지리산계곡과 산청지방에 저수량 3억t규모의 새로운「댐」2개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진주=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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