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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미애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직장맘에게 방학은 시험기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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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

기말고사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제 모든 직장 엄마의 24시간 근무시간인 방학이 오고 있다. 직장맘에게 아이들의 여름방학은 한 학기 얼마나 인성수련을 잘했는지 가늠하는 시험기간이다. 수현씨는 좋은 직장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아이들의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만 빼고는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방학이다. 아무리 인성수련을 잘해두어도 수능시험만큼이나 힘든 시험기간이 된다.

  수현씨 직장이 학교가 아닌 다음에는 아이들 방학이라고 직장을 쉴 수 없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방학 동안 야행성 아이들 따라 밤 늦게까지 깨어있다가 늦게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느라 힘들다. 나도 이 더운 여름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침부터 일어나서 나갈 준비하느라고 힘들다고, 아이들에게 소리치고 싶지만 푹 자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아침 겸 점심 먹으라고 대충 챙겨놓고 출근한다. 오전 업무에 아이들 깨우느라 전화를 서너 번, 정신이 없다. 점심시간에는 또 전화해서 아이들 학원 가라고 재촉해야 한다. 어렸을 때는 방학 동안 아침부터 시작하는 학원을 보냈다. 하지만 아이들도 자라더니 자기들도 방학 동안 늦잠 자고 싶다고 오전에 하는 학원은 안 가겠단다. 엄마 도와주는 셈치고 오전에 학원 가주었으면 참 고맙겠지만 그걸 알면 어른이지….

 학원만 문제가 아니다. 캠프도 있다. 체험활동도 있다. 이걸 다 어떻게 챙겨서 보내느냐고. 수현씨. 울고 싶다. 하고 싶지 않는 것도 아니고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순간이동을 할 수도 없고, 시간적으로 물리적으로 아이들을 위해 본인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주지 못하는 그 마음이 미안함이 된다. 여름 저녁에 파김치가 돼서 퇴근하고 나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먹고 싶다는 것 사주고 저녁 늦게까지 게임해도 내버려둔다.

 직장맘 엄마는 해주고 싶지만 해줄 수 없는 것이 많다. 아이가 친구들과 수영 가고 싶을 때 데려다줄 수 없다. 캠프 떠나는 날 아침에 먼저 출근하는 엄마는 아이가 뭘 빼먹고 가는지도 모른다. 그 많은 것에 대해서 미안함만이 답일까? 아니면 그래 어쩌겠니, 직장맘 엄마를 가진 네 팔자지, 하고 답할 일일까? 울고 싶은 직장맘의 이 시험기간 동안 누군가가 아주 조금만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 옆집 엄마도 좋고 전혀 모르는 누군가도 좋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직장인이고 언젠가는 비직장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옆집 직장맘 엄마에게 손 한번 나누어주자. 한번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