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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더우면 화공 약품 자연 발화 위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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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동 안전 창고의 폭발 사고는 화공 약품 보관 시설의 방화 시설 미비 등 안전 관리 부실과 경비원들의 전문 지식 및 소방 훈련 부족 등 산업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기본 안전 수칙이 뒤따르지 못한데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더우기 자연 발화 위험성이 높은 화공 약품 창고가 학교·아파」·시외 「버스·터미널」 등 인구 밀집 장소와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가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다.
이번 화인은 화공 약품이 주변 기온이 일정한 온도 이상으로 오르면 불이 나는 자연 발화로 추정되고 있다. 요즘 같은 섭씨 30도 이상의 폭염이 계속될 경우 환풍기를 돌려 건물 안의 열기를 식혀야 되는데도 이 창고는 이러한 시설이 돼 있지 않아 「슬레이트」 지붕에서 뜨거워진 열이 내부 온도를 섭씨 40∼50도까지 올려 자연 발화의 가능성을 크게 해준 것으로 지적됐다.
설상가상으로 「카본·블랙」 「파라핀·왁스」 「아세톤」 등 가연성 물질이 구분되지 않은 채 일반 화공 약품과 함께 마구잡이로 쌓여 발화 위험이 가중됐다.
소방법은 위험물을 저장할 때엔 벽과 50cm이상 띄어 쌓아야 하고 종류가 다른 위험물도 역시 50cm 이상 간격을 두어 적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인천 소방서의 조사에 따르면 이 창고 (5개 동 15개)에는 화재 경보 장치와 몇개의 분말 소화 시설만 돼 있을 뿐 화공 약품의 폭발 위험성에 대비한 방화벽·방풍막·방화 구획·환풍 장치 등이 시설돼 있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인천 세관 조덕진 감시국장이 사고 당일 하오 이 창고에 들러 안전 점검을 실시한 뒤 『계속되는 폭염으로 자연 발화할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한 것은 바로 자연 발화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
그러나 이 창고 관계자들은 조 국장의 경고를 묵살하고 아무런 안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아세톤」·「파라핀·왁스」「카본·블랙」 등은 모두 인화성이 있는 석유 화학 물질로 보관에 특히 유의해야하는 화공 약품들.
이중 「아세톤」은 주변 온도가 섭씨 56·5도가 넘으면 자연 발화의 위험성이 있다.
다른 화공 약품들은 고체이나 「아세톤」이 자연 발화 함에 따라 함께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화공 약품의 보관은 특별 창고에 보관해야 하며 통풍이 잘되고 직사광선을 피해야 하는데도 이번 사고는 섭씨 30도 이상을 오르내리는 창고 안에서 화공 약품이 기화, 완전 밀폐되지 않은 「드럼」통 사이로 새어 나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또 화공 약품의 보관 창고가 주택가에 가까이 위치 한 것도 문제. 평소 인천시와 소방서·세관 당국은 이 창고에 대해 소방 시설과 안전 점검 등을 눈가림으로 해왔으며 5년 전부터 부근에 주택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데도 세관 당국은 2년마다 한번씩 위험물 적재 허가를 내줘왔다.
화공 약품의 화재에 대한 장비 부족도 문제. 이번에 소방 장비 부족으로 발화 이후 3시간동안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이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불구경만 하는 바람에 불길이 거세게 이웃으로 번졌다. <김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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