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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 농성 여 근로자 233명 귀향|주모자 3명은 구속-배후 철저 수사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경찰은 신민 당사에서 농성했던 YH 무역 여성 근로자들 중 농성을 주동한 3명의 여공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나머지 2백33명의 전 여공을 귀향 조치했다. 13일 상오 서울 시내 각 경찰서 단위로 마련된 전세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공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경찰 수사>
서울시경은 13일 신민 당사에서 농성 중이던 1백73명과 YH 무역 본사에서 농성 중이던 64명 등 2백37명의 공원 중 노조 지부장 최순영 (27·여)·부지부장 권순갑 (25·여)·박태련 (25·여)씨 등 3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2백33명은 퇴직금을 준 뒤 일단 귀향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동청과 서울시의 주선으로 전세 「버스」를 내어 이날 상오 10시부터 지역별로 이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또 신민당 청년 당원 26명은 죄질을 구분하여 계속 조사중이며 배후 조종자 서경석 (한국 교회 사회 선교 협의회 총무)·문동환 (목사)·고은 (시인)·이문영 (전 고대 교수)씨·인명진 목사 (도시 산업 선교회 지도 목사) 등 5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중이며 죄질에 따라 구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신민당 사회 노동국장 신경설씨 (41)를 살인 및 자살 교사·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신씨는 10일 상오 9시20분쯤 신민 당사 YH 무역 여공 농성 현장에서 「우리의 딸들이 이렇게 고생하니 가슴 아프다. 나는 여러분을 위해 죽는 것이다』고 외치며 할복극을 연출, 여공들로 하여금 투신 자살 등 과격한 행동을 하게끔 선동한 혐의다.

<귀향하는 여공>
11일 새벽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 된 YH 무역 여공들은 서울 시내 8개 경찰서에서 40여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13일 낮 12시30분 호남·영남·강원·충청·서울·경기 지방 등으로 나누어져 전세 「버스」편으로 모두 고향으로 보내어졌다.
경찰은 이들 여공들을 상대로 주모자, 신민 당사에서의 농성 동기, 김경숙 양의 사인, 도시 산업 선교회와 재야 인사간의 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뒤 『신민 당사에 간 것은 잘못임을 인정한다. 다음에 이런 일이 재발하면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
서울 강동 경찰서에는 13일 상오 전주와 광주로 보내어질 공원 천명이 전세 「버스」편으로 출발했다.
양미희 양 (21·전남 화순군)은 『집에 일단 갔다가 장래 문제를 생각하겠다』며 퇴직금12만원·8월분 봉급 4만원·해고 수당 4만원·각종 수당 2만원 등 22만원 받았다고 말했다.
회사 기숙사에 남아 농성을 계속했던 70여명의 여공들은 경찰의 설득에도 퇴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가 경찰 기동차에 실려온 동료 여공들이 퇴직금 등을 받아 가는 모습을 보고 12일 하오 6시쯤부터 퇴직금 등을 받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강원도 춘성군에 부모와 남동생 2명이 살고 있다는 김희수 양 (19)은 『고향 식구들이 서울에 있는 나만 보고 살고 있는데 어떻게 돌아가겠느냐』며 『어떻게든 다른 직장을 구해보겠다』고 했다.
퇴직금 수령 당시 대부분의 여공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체념한 듯 회사측에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밤 이들 여공들을 처음 담당했던 경찰서 단위별로 시내 여관에 분산 수용했었다.
여공들이 퇴직금 등을 타고 기숙사에서 짐을 꾸리는 동안 소식을 듣고 지방에서 올라온 부모 10여명이 회사 밖에서 경찰 차에 실려 가는 자식들의 모습을 확인하느라 애태우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귀향한 여공들은 강원 18명, 충북 30명, 충남 25명, 전북 18명, 전남 48명, 경북 15명, 경남 11명 등이다

<김양 사인>
서울시경은 13일 YH 무역 여공 김경숙 양 (21)의 사인은 부검 결과 후두부 골절·허리뼈의 골절로 인한 추락사임이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김양의 부검은 서울지검 공안부 박철언 검사가 지휘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의사 전기덕씨 (50)의 집도로 진행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양의 유해는 12일 가족들에게 인계했다.
김양은 투신 전에 깨어진 유리 조각으로 좌우 손목 관절 부분에 길이 3·3cm, 폭 1·8cm, 길이 2cm의 자상으로 피를 흘리고 실신했었으며 동료 공원인 이정례 양(22)이 지혈 조치 후 인공호흡 등으로 소생시켰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김양은 농성 조직 20개「팀」 중 주동적인 선발「팀」장으로 자칭 투신 자살「팀」장임을 선언하는 등 농성 분위기를 주도하여 왔고 신민당 사회 노동 국장 신씨의 할복극 등에 자주 흥분해왔다.
김양의 빈소는 서울 시립 강남 병원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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